당국 내달 전환금융 가이드라인 공개…"민간금융이 전환 뒷받침해야"

정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을 예고한 가운데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 구조상 민간 금융사가 주도하는 '전환금융'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하나금융연구소는 ‘전환금융 제도화의 전환점:2025년 가이드라인 제정과 금융사 실행체계 구축 방향’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금융사들이 고탄소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돕는 전환금융 체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환금융은 철강·시멘트·화학 등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이 저탄소 공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이다. 재생에너지·전기차 등 이미 친환경적인 산업에 투자하는 녹색금융과 달리, 당장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지만 감축 잠재력이 큰 산업을 겨냥한다. 시멘트 생산 과정에 탄소포집·저장(CCS) 설비를 도입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전환금융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로 ‘고탄소 업종 편중도’를 꼽았다. 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잠정치) 6억9200만 톤 중 산업 부문 비중은 41%(약 2억8600만 톤)에 달한다. 이 중 철강·시멘트·화학 등 다배출 업종이 75%(약 2억1400만 톤)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다.
연구소는 2030년까지 이들 업종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약 1000조 원의 전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민간 금융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2030년까지 산업부문 탈탄소화를 위해 연간 4조 달러 이상의 민간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해외에선 일본과 영국이 국가 차원의 지침을 마련해 전환금융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은 고탄소 업종별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하고, 감축 이행 수준에 따라 금리를 우대하는 모델을 운영 중이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역시 고객의 전환 준비 수준을 평가해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전환(Transition with Client)'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제도적 발판을 마련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연내 산업별 전환 기준과 금융지원 원칙을 담은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후 금융상품 개발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민간 참여를 독려할 방침이다.
국내 금융권도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신한금융은 국내 최초로 그룹 차원의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관리 체계에 편입했다. 하나금융은 업종별 정책 방향을 수립해 내년부터 관련 상품을 확대할 계획이며 KB금융도 내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계열사 전반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 관계자는 "내달 가이드라인 발표를 기점으로 국내 금융사들도 내부 규정 정비와 평가 모형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감축 성과모니터링(MRV)까지 포괄하는 구체적인 실행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