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에서 처음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22일(현지시간) 첫날부터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정상선언 채택을 반대한 미국이 불참한 가운데, 회원국들은 예정일보다 앞서 'G20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선언'을 전격 채택한 것이다.
통상 폐막일에 합의문을 내는 관행을 깬 이번 조치는, 미국의 보이콧에도 논의를 멈추지 않겠다는 다자 협력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빈센트 마궤니아 남아공 대통령실은 이날 "회의를 시작하는 시점에 컨센서스로 정상선언이 채택됐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적으로 선언문은 회의 마지막에 채택되지만 정상선언을 첫 번째 의제로 삼아 먼저 채택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G20 공식 홈페이지에도 122개 항목으로 구성된 30페이지 분량의 정상 선언문이 공개됐다.
정상들은 선언문에서 "우리는 G20을 국제 경제 협력을 위한 핵심 포럼으로 삼고, 다자주의 정신으로 합의에 기반한 운영을 계속하도록 전념할 것을 재확인한다"며 "모든 회원국은 국제적 의무에 따라 정상회의를 포함한 모든 행사에 동등한 지위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지정학·지경학적 경쟁과 불안정, 심화하는 갈등·전쟁, 불평등 확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분열 증대라는 배경 속에 모였다"며 "공동의 도전을 함께 다루기 위한 다자 협력에 대한 믿음을 강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6년 미국 의장국 하에서 협력하고 2027년 영국, 2028년 대한민국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며 2028년 G20 정상회의 한국 개최를 공표했다.
특히 선언문에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을 흔드는 일방적 무역 조치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 명시됐다. 여기에 기후변화 대응,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 빈곤국의 과도한 부채 부담 등 트럼프 행정부가 불편해하는 의제들이 대거 포함되며 미국의 문제 제기를 정면으로 겨냥한 메시지를 담았다.
앞서 미국은 남아공이 아프리카너스 백인을 박해하고 있다며 G20 의제 전반에서 남아공과 갈등을 빚은 끝에 이번 회의 자체를 보이콧했다. 이후 현지 미 대사관을 통해 "미국의 동의 없는 정상선언에는 반대한다"며, 자국의 불참과 비동의를 명시한 '의장성명'만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남아공 정부에 공식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는 미국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정상도 불참했다. 1999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국·중국·러시아 정상이 모두 불참한 채 진행된 것이다. 다만 중국은 리창 총리가, 러시아는 대통령실 부비서실장이 각각 대표단을 이끌고 회의에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