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메타·아이온큐 등 저가 매수세 유입
“수익성 증명하는 소수 AI 기업만 승자될 것”

글로벌 인공지능(AI) 관련주가 고평가 우려로 조정받자 서학개미(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가 이를 추가 매수 기회로 삼고 있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산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상장지수펀드(ETF)로 순매수 규모는 7억6743만 달러로 집계됐다. 해당 종목은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3배로 추종한다.
그 뒤를 엔비디아(6억4189만 달러)와 메타플랫폼(5억4700만 달러)이 이었다. 알파벳(3억4063만 달러)과 메타 주가를 2배로 좇는 디렉시온 데일리 메타 불 2X ETF(2억6285만 달러), 아이온큐(2억2558만 달러) 등에도 자금이 몰렸다.
엔비디아가 회계연도 3분기(8~10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미국 증시는 여전히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대형 기술주가 이런 혼란스러운 흐름을 주도하는 중이다. 이달 들어 엔비디아는 13.53% 급락했고 메타(-6.81%), 팔란티어(-25.25%), 아이온큐(-28.58%) 등도 동반 하락했다. 서학개미는 빅테크 반등에 베팅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AI 거품 논란에 더해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옅어지며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알파벳과 메타, 아마존 등은 AI 인프라 확장과 경쟁 우위를 위해 잇따라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빅테크 ‘빚투’가 언제 수익으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상황이다.
엔비디아 매출채권이 급증했다는 소식도 버블론에 기름을 부었다. 매출채권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 뒤 대금을 받지 못한 경우 발생하는 채권이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3분기 매출채권은 전년 동기 대비 44.8% 증가한 334억 달러로 이에 대해 시장은 ‘고개사가 충분한 돈을 번다면 대금 납부가 왜 지연되는가’라는 의문을 던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12월 금리 인하 향방은 아직 안갯속이다. 21일(현지시간) ‘연준 2인자’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 금리 범위를 조정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 다수는 다음 달 추가 금리 인하에 회의적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인성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 내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는 일부 완화했지만, 고용·성장 하방 리스크가 정책 판단 핵심 변수로 부상한 국면”이라며 “향후 인플레이션 둔화와 고용 악화가 뚜렷해질 경우,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완화적 톤의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하 사이클 지속에 대한 의문이 확산하는 국면에서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AI 관련 기업들의 성과 격차가 가시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박윤철 iM증권 연구원은 “오라클 등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 상승은 투자 사이클이 부채 조달 단계로 넘어온 상황에서 모두가 AI 산업에서 승자가 되기보다 ‘수익성을 증명하는 소수 기업만이 승자가 될 것’이라는 데 대한 베팅이 시작됐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