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Law] 고소 위해 CCTV 영상 제출한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일까

대법원이 타인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CCTV 영상을 증거로 제출한 행위에 대해 위법성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최근 CCTV 영상, 카카오톡 메시지, 통화 녹음 등 개인정보가 포함된 디지털 자료가 범죄 입증의 핵심 증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증거의 제출 허용 범위와 개인정보보호 간 법적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허윤 변호사(법무법인 동인)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대법원이 최근 수사기관에 CCTV 영상을 제출한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범죄 증거 확보와 개인정보 보호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어떤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나름대로 의미 있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 사건을 지난달 31일 파기환송했다. A 씨는 아파트 주민 B 씨의 무단 공고문 부착 행위를 업무방해로 고소하며 CCTV 영상을 증거로 제출했다. 2심은 이를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한 행위로 보고 유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범죄혐의 소명을 위한 행위라면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에서 판단은 바뀌었지만, 하급심에서 다퉜던 쟁점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대법원 판단을 지지하는 측은 무엇보다 현대 범죄의 구조적 변화를 강조한다. 스토킹, 협박, 명예훼손, 보이스피싱 등 디지털 기반 범죄의 상당수는 카카오톡 메시지, SNS, 녹음, CCTV 영상 등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많다. 피해자가 개인정보 침해 우려로 제출을 주저한다면 실체적 진실 발견은 물론 피해자 자신의 권리 보호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또 수사기관에 자료를 제공하는 행위는 '공익적 목적의 증거 제출'에 해당하므로, 이를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지나치게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보인다. 미국은 사인이 다소 위법하게 수집한 자료라 하더라도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상당 부분 증거로 인정하며, 제출자의 형사처벌도 매우 제한적이다. 영국 역시 증거능력은 폭넓게 인정하고, 개인정보 침해가 문제 될 경우에도 과태료나 민사상 손해배상에 그칠 때가 많다.

반대 측은 사적 감시 확산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를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직장이나 공동주택 등 일상적 갈등 상황에서 서로의 CCTV 영상, 카카오톡 메시지, 내부 문서를 무단으로 확보해 제출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면 개인정보 수집 목적을 벗어나 남용이 확산될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제3자 대화, 타인의 휴대전화 무단 열람, 사적 공간의 은밀한 촬영 등 위법 수집행위까지 '고소를 위한 증거 제출'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에서 자유롭다면, 정보 인권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정당행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면 위법 정보수집 자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개인 간 보복·협박·대립 과정에서 불법 촬영·메시지 탈취·계정 무단 접속 등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시해 동의 없는 녹음 등 등에 대해 제출자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경우까지 있다.

결국 공익적 가치와 개인정보보호라는 기본권이 충돌하는 만큼, 양측의 주장은 모두 일정한 타당성을 갖는다. 따라서 초기 증거 확보와 신속 제출을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되,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침해와 사적 감시의 부작용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예컨대 '고소 목적상 필요한 최소 범위 제출' 원칙을 명문화하고, 사적 공간·제3자 자료에 대해서는 별도의 엄격한 판단 기준을 마련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

허윤 변호사는 "디지털 범죄의 특성상 피해자가 스스로 확보한 증거는 수사의 출발점이므로 제출 자체에 형사처벌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다만 무조건 면책할 수는 없으므로, 증거능력은 넓게 인정하되 개인정보 보호 장치를 적절히 결합하는 방식으로 필요 최소 제출과 취득 과정의 책임을 조화시키는 균형 있는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움]

허윤 변호사는 법무법인 동인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방위사업청 옴부즈만, 투명성기구 정책위원,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기사심의위원 등, 기획재정부사무처 고문변호사, 국민일보 기자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