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서울시, 조정회의 참여 범위 ‘이견’⋯“선정릉과 종묘는 비교 불가” [개발과 보존, 공존의 엇박자 ⑤]

조정회의에 민간 개발 관계자들 포함하자는 서울시
국가유산청 "선정릉, 등재 때부터 이미 개발 고도화"

▲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국가유산청과 서울시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묘와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지 일대.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 DB)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인근 개발을 둘러싼 국가유산청과 서울시의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시가 세운4구역 최고 높이를 145m로 상향 고시한 뒤 보존과 개발을 둘러싼 대립이 거세졌고, 조정회의 참여 범위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여기에 선정릉과 종묘를 둘러싼 비교 논쟁까지 맞물리며 논의가 더 복잡해지고 있다.

23일 본지 취재 결과, 현재 국가유산청과 서울시는 종묘 근처 세운4구역 재개발과 관련한 조정회의 개최 필요성에는 공감한 상태다. 하지만 민간 개발 이해 관계자 등을 회의에 포함해야 한다는 서울시의 입장에 국가유산청이 난색을 보이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본지에 "기관 간 조정 회의를 하자고 했는데, 개발 이해 관계자들을 포함해야 한다고 하니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라며 "만약 우리가 개발에 반대하는 시민 단체랑 같이 간다고 하면 회의 모양이 어떻게 되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주 정도에는 실무선에서 (기관 간 조정 회의를) 제안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국가유산청은 세운4구역 재개발과 관련한 서울시의 행정 절차가 오랜 합의를 무너뜨리는 조치라는 데 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2018년 세운4구역 사업시행계획 인가는 장기간 논의를 거쳐 도출된 사회적 합의인데, 이를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것.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와 함께 2009년부터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세운4구역의 최고 높이 기준을 지속적으로 조정해왔다. 이에 따라 세운4구역의 최종 높이가 71.9m로 설정됐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서울시가 이를 뒤집고 최고 높이를 145m까지 대폭 상향 조정하는 변경 고시를 함에 따라 갈등이 격화됐다.

또한 기존에는 세운상가를 허문다는 계획이 없었지만 서울시가 세운상가 철거를 전제로 한 새로운 개발 구상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빌딩 높이를 상향 조정했다는 게 국가유산청의 설명이다.

▲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국가유산청과 서울시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묘.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 DB)

유네스코는 1995년 종묘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16세기부터 이어진 원형 보존과 종묘제례의 무형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고, 주변 고층 건축 제한도 권고했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진행한 뒤 다시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세운4구역 재개발 반대와 관련해서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의 세운4구역 재개발을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세계유산 가치가 보호되는 선에서 공존 가능한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같은 세계유산인데 선정릉은 문제가 없고 왜 종묘만 개발 제한을 받느냐'는 세운4구역 토지주들의 주장에 대해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세계유산 보존관리는 등재 당시의 맥락 유지가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선정릉은 2009년 등재 때부터 주변 개발이 고도화된 상황이었으며 유네스코 측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어 "조선왕릉은 연속유산이라 단일유산인 종묘와는 큰 차이를 지니고 있다"라며 "종묘 등재 당시 맥락과 이를 고려한 유네스코 권고를 종합했을 때 종묘는 선정릉의 사례와 비교가 불가하다"라고 전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 같은 논란에 관해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겠다"라며 종묘 가치 훼손에 우려를 표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본지에 "시행령이나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국가유산청과 같이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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