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과열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미국 증시가 흔들렸고, 그 충격이 국내 시장에도 그대로 번졌다. 전날 엔비디아 호실적에 힘입어 4000선을 회복했던 코스피는 불과 하루 만에 다시 3000대로 후퇴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 44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7.26포인트(3.19%) 떨어진 3877.22를 기록했다. 전날 1.92% 상승하며 사흘 만에 4000선을 재돌파했지만, 장 초반 3838.70까지 밀리며 급락세를 나타냈다.
전날 뉴욕 증시에서 AI 거품론이 다시 부각되며 기술주 투매가 벌어진 영향이 컸다. 엔비디아가 3.15% 하락했고, 마이크론은 10.87% 급락했다. AMD(-7.84%), 팔란티어(-5.85%), 인텔(-4.24%), 퀄컴(-3.93%) 등 주요 반도체 종목도 일제히 밀렸다. 이 여파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77% 떨어졌다.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냈지만, 매출채권이 크게 불어난 점이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가 “고평가된 자산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언급하면서 투자 심리 위축에 불을 지폈다.
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추세추종형(CTA) 펀드의 기계적 매도가 쏟아진 점도 하락폭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CTA 펀드가 계속 매도 기조를 이어온 가운데 S&P500이 지지선이던 6725포인트를 밑돌자 추가 매도가 자동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술주 부진이 이어지자 국내에서도 반도체 대형주 중심으로 낙폭이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5% 넘게 밀리며 ‘10만전자’를 다시 반납했고, SK하이닉스는 8% 가까이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3.06%), 두산에너빌리티(-5.66%), 삼성전자우(-4.63%) 등 시총 상위 종목도 동반 하락세다.
증권가는 변동성이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에도 AI 버블 우려를 잠재울 만한 이벤트가 없다는 점이 부담”이라며 “12월 FOMC 이전까지 매도·매수세가 교차하며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