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팹 가동 전까지 D램 부족 전망

엔비디아가 차세대 인공지능(AI) 플랫폼 ‘루빈’의 램프업(생산 확대)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AI 서버 중심의 수요가 더 강하게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메가 팹’이 가동되는 2027년 전까지는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4도 내년 초부터 엔비디아에 대량 공급을 본격화하면서 특수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는 19일(현지시간) 3분기(8~10월) 실적 발표를 겸해 진행된 콘퍼런스 콜에서 “루빈이 내년 하반기에 양산 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놨다. 그간 루빈의 발열 문제 등으로 양산 시점이 ‘내년이 될 것’이라는 폭 넓은 언급에 그쳤는데, 이번 발표를 통해 시점을 구체적으로 좁힌 것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초부터 내년 말까지 블랙웰과 루빈 플랫폼을 통해 약 5000억 달러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며 차세대 제품인 루빈 역시 블랙웰 못지않게 AI 훈풍을 타고 흥행을 자신했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중국향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출 금지 정책으로 매출의 15%에 달하던 주요 시장 하나가 사실상 막힌 상태다. 그럼에도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이 약 920억 달러에 달하고, 내년에는 AI 수요가 더욱 커져 연간 실적은 상향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루빈 양산이 본격화되면 HBM4(6세대 HBM)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루빈에는 HBM4 12단 제품이 8개 탑재된다. 현재 출하 비중의 중심은 블랙웰에 들어가는 HBM3E이지만, 내년 중반 이후 루빈 플랫폼이 시장으로 넘어오면 HBM4 중심의 신규 수요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HBM4 대응을 위해 메모리사들은 속도를 높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4 양산 준비에 들어갔고, 삼성전자는 HBM4 퀄 테스트를 위해 엔비디아에 샘플을 전달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경기 평택사업장 2단지 5공장(P5) 공사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도 용인 클러스터의 용적률을 350%에서 490%로 상향했다. 두 회사 모두 2025년을 전후해 HBM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어 사실상 신규 투자 대부분이 HBM으로 흘러가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새로 짓는 팹은 주로 HBM 생산에 활용된다. 일반적인 PC·모바일용 범용 D램 생산라인보다 HBM 우선 배치되며 일반 D램 공급 여력은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흐름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설비투자(CAPEX)는 약 205억 달러로 전년 대비 17%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청주 M15x 팹에서 HBM4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다. 삼성전자 역시 선단 공정인 1c nm(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공정 기반 HBM 생산 확대와 평택 P4L 웨이퍼 캐파 확충을 위해 약 200억 달러 규모, 전년 대비 약 11% 늘린 투자를 집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범용 D램 공급이 실질적으로 확대되는 시점은 2027년경으로 예상된다. 양사가 준비 중인 차세대 ‘메가 팹(Mega Fab)’은 HBM과 범용 D램을 병행 생산할 수 있는 복합 팹 구조다. 이 팹이 본격 가동되는 시점은 2027년 전후로 관측된다. 그 전까지는 HBM 전용 팹 중심의 공급 구조가 이어지며 범용 D램 생산 여력은 제약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PC·스마트폰 등 일반 소비자용 정보기술(IT) 기기 D램 공급은 부족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