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중금리대출 3개월 새 1.1조 급감…"부동산 잡으려다 생계형 대출 막혔다"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공급이 3개월 새 1조 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취약차주의 대표적인 생계형 자금 조달 경로가 급격히 축소되면서 부동산 투기 억제라는 본래의 정책 취지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사잇돌2·민간중금리) 취급액은 2조582억 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3조1593억 원)보다 약 35%(1조1011억 원)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취급 건수도 24만2425건에서 19만4231건으로 5만 건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신용평점 600점 이하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공급이 뚜렷하게 감소했다. 올 2분기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사잇돌2를 취급한 저축은행은 7곳이었지만 3분기에는 1곳에 그쳤다. 민간 중금리를 취급한 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17곳에서 15곳으로 감소했다.

금융당국의 정책 엇박자가 업계와 금융소비자 모두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정부는 금리 연 15% 수준의 일부 서민대출이 '잔인하다'며 저축은행을 포함한 전 금융권에 중금리대출 확대를 주문했다. 동시에 '6·27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과 '10·15 규제'를 내놓으며 여신 여건을 대폭 제한했다.

저축은행들은 대출 총량 압박이 커지면서 중금리대출뿐 아니라 전체 대출 포트폴리오를 줄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토로했다.

저축은행업권 관계자는 "정부 규제로 신용 대출을 충분히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에서는 부동산으로 향하는 자금을 막겠다는 취지로 정책을 내놨지만 규제가 강하게 적용되다보니 어려운 서민들이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힘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2금융권을 찾는 고객들의 신용도 자체도 떨어지고 있다"며 "대출 심사 기준을 못 넘는 분들이 이전보다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도 "정부가 중저신용자 대상 서민금융을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은행·2금융권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축은행이 중금리대출을 공급하고 싶어도 실제로는 '연 소득 이내'와 같은 규제에 걸려 취급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업권이 실적 방어를 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중금리대출 등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기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저축은행 업권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4221억 원을 기록하며 세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금리대출은 정책적 성격이 강하지만 리스크가 높아진 환경에서 저축은행이 자본 부담을 감수하고까지 공급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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