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특례시 예산, ‘관리형 재정’에 갇혔다…자립도 37.8%

지방세·세외수입 줄고 이전재원 늘어…버는 재정보다 받는 재정 비중↑

▲수원특례시 전경. (수원특례시)
경기도 수원특례시 재정이 ‘버는 재정’보다 ‘의존하는 재정’에 가까운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

20일 '수원특례시 2024회계연도 결산 공시'에 따르면 일반회계 세입총액은 3조9275억원이다. 지방세·세외수입 등 자체수입은 1조4852억원으로 세입의 37.8%에 그쳤다. 반면 교부세·보조금 등 이전재원은 1조5773억원으로 늘어나며, 재정의 무게중심이 ‘자립’보다 ‘의존’ 쪽으로 기울고 있다.

자체수입 비율은 3년 연속 하락했다. 2022년 44.1%, 2023년 41.8%, 2024년 37.8%로 내려왔다. 같은 기간 자체수입 규모도 1조7573억 원에서 1조4852억원으로 2700억 원 이상 감소했다. 수원시가 스스로 벌어들이는 재원이 줄고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외부지원금은 오히려 늘었다. 지방교부세·조정교부금·국도비보조금을 포함한 이전수입은 1조5773억원으로 전년(1조4834억원) 대비 939억원 증가했다. 자체수입이 빠진 자리를 교부세와 보조금이 메운 셈이다. 결산서 숫자만 놓고 보면 수원 재정의 구조는 ‘버는 재정’보다 ‘받는 재정’에 가까워졌다.

세출 구조를 보면 상황은 더 뚜렷하다. 2024년 세출총액은 3조4809억원이다. 이 중 사회복지 지출이 1조4613억원으로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했고, 일반 공공행정까지 합치면 행정·복지 분야가 세출의 절반을 넘는다.

반면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 예산은 464억원에 그친다. 세출총액 대비 1.5% 수준이다. 최근 3년 흐름도 584억원, 585억원, 464억원으로 오히려 감소세다. 도시성장을 떠받칠 산업·기업·에너지 예산은 줄고, 행정과 복지 비중은 커진 구조다.

수원시는 특례시 승격 이후 재정건전성을 강조해왔다. 이재준 시장은 여러 현장에서 “정확한 팩트를 기반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며 재정자립도 회복을 언급했다. 그러나 수원시가 스스로 공개한 결산서에서 세입총액 대비 자체수입 비율은 여전히 37.8%에 머문다. 수치만 놓고 보면 재정자립도는 아직 40%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핵심을 ‘퍼센트’가 아니라 ‘구조’에서 찾는다. 지방재정 관계자들은 “자체수입 비중이 줄고 이전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는 흐름이 이어지면, 경기침체나 중앙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시 재정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례시답게 재정도 성장축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구조는 도시를 키우기보다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 남부 다른 특례시들이 반도체·제조업을 앞세워 세수 기반을 넓혀가는 것도 수원 재정에 부담을 준다.

용인특례시는 남사읍 일대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으로 장기 투자와 기업 입주가 예정돼 있고, 화성특례시는 반도체·자동차·부품 산업단지를 기반으로 지방세 수입을 키우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두 도시는 산업이 세입을 키우고, 세입이 다시 인프라와 복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설계하는 단계다.

반면 수원은 도청·도의회·법원·검찰청 등이 모인 행정중심도시라는 강점에도, 결산서 숫자만 보면 도시를 성장시키는 재정보다 도시를 유지하는 재정에 가깝다. 특례시라는 이름과 도시 브랜드에 비해 재정의 근육이 충분히 두껍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수원특례시는 세 가지에 답해야 한다. △세입 총액 대비 자체수입 비율을 언제,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인지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을 어떻게 재편해 미래 세수 기반을 만들 것인지 △행정·복지 중심 예산 구조 속에서 특례시에 걸맞은 성장 엔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다.

특례시 간판은이미 달렸다. 이제 수원 재정이 ‘규모 큰 관리형 재정’에 머물지, ‘근육 있는 성장형 재정’으로 바뀔지에 답해야 한다. 2024회계연도 결산서가 보여준 숫자는 수원이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을 들이밀고 있다.

지방재정 전문가는 “특례시는 이름이 아니라 구조로 평가받는다”며 “자체수입 비중이 줄고 교부세·보조금 의존도가 커지는 흐름을 끊지 못하면, 경기와 중앙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시 재정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산서 숫자가 이미 경고음을 냈다”며 “수원시는 이제 ‘관리형’이 아니라 산업·기업·에너지 투자를 통해 세입 기반을 키우는 ‘성장형 재정운영’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