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서 외국인 1조 순매도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개인 ‘빚투’는 사상 최대
중국의 일본 여행 자제 조치 여파…여행·항공·화장품주는 급등

인공지능(AI) 상승 기대에 뜨겁게 달아올랐던 반도체주가 투자심리 위축과 외국인 매도 확대에 밀리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장 초반 코스피는 3850선까지 밀릴 만큼 부담이 불거졌지만, 개인과 기관의 저가 매수가 유입되면서 지수 낙폭은 제한됐다. 대신 중국의 일본 여행 자제 조치가 부각되자 여행ㆍ항공ㆍ화장품 등 소비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 반도체 조정과 소비주 강세가 맞물리며 장내 자금 흐름이 기술주에서 내수ㆍ소비주로 분산됐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24.11포인트(pㆍ0.61%) 내린 3929.51, 코스닥은 7.38p(0.84%) 하락한 871.32로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낙폭이 커졌던 지수는 개인과 기관의 매수에 힘입어 3900선에서 방어하는 흐름을 보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1조511억 원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이 각각 4491억 원, 6255억 원 순매수에 나서며 낙폭을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3원 오른 1465.6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장중 외국인의 1조500억 원 순매도 영향으로 1468.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가 조정을 받은 영향이 국내 반도체주에 그대로 반영됐다.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AI 종목이 약세를 보이면서 AI 업종 전반에 대한 경계감이 확대된 가운데, 삼성전자는 1.33% 내린 9만6500원, SK하이닉스는 1.40% 하락한 56만2000원으로 마감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이 겹치며 대형 반도체주의 변동성이 확대된 모습이다.
주가 조정과 달리 개인 투자자의 반도체 매수는 한층 더 확대되고 있다. 특히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마치지 않은 신용거래융자 잔고 거래가 크게 늘었다. 이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차입(레버리지) 투자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의 신용잔고는 이달 들어 1조1448억 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43% 늘었고, 삼성전자 신용잔고도 1조4383억 원으로 이 기간 41% 증가했다. 개인 투자자의 레버리지 기반 매수가 반도체주로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이달 1~18일 동안 SK하이닉스를 4조6340억 원 순매수했다. 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 역시 같은 기간 2조350억 원 순매수하며 1년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을 사들였다.
주가가 조정 국면이지만 반도체 업종의 실적 기대도 견고하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들어 내년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이 8조 원 상향됐는데, 이 중 5조 원을 반도체 업종이 차지했다”며 “AI 인프라 확충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로 이익 모멘텀이 다른 업종 대비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반도체주의 조정 와중에 여행ㆍ항공ㆍ화장품 등 소비 업종은 중일 갈등에 따른 반사 수혜 기대감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중국 정부가 일본 방문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이후 일본행 항공권 취소가 급증하자 중국발 여행ㆍ소비 수요가 한국 등 주변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이날 참좋은여행이 10.11% 급등했고 노랑풍선(5.32%), 모두투어(1.53%)도 오름세를 보였다. 항공주에서는 제주항공(4.33%), 진에어(2.74%) 등도 강세로 마감했다.
화장품주는 중국 소비 심리 변화 기대가 반영됐다. 한국화장품은 5.06%, 에이피알 4.42%, 아모레퍼시픽 3.32%, 한국콜마 1.73% 각각 상승하며 전반적으로 강한 흐름을 이어갔다. 대중 소비 관련 업종이 반도체 변동성과는 별개로 독립적인 매수세를 받는 이례적인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정을 기술적 과열을 식히는 과정으로 보는 해석도 나왔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들어 시작된 중기 상승 흐름에서 나타난 첫 조정 국면”이라며 “단기간 급등으로 누적된 부담이 일부 해소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700대 중반까지 조정 가능 구간이 열려 있으며 지수는 전고점과 직전 저점 사이에서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글로벌 금융시장은 20일 발표될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과 미국 고용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제시할 경우 국내 반도체주에도 다시 탄력이 붙을 수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조정 흐름이 길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약세 분위기를 되돌릴 수 있는 분기점은 내일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될 것”이라며 “이번 실적에서는 매출과 가이던스뿐 아니라 총마진(GPM) 개선 여부, 중국향 저성능 제품(H20) 수출 제한을 얼마나 상쇄했는지 등 확인해야 할 요인이 이전보다 많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