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케이조선 인수전 참여
SK오션플랜트, HJ중공업 라이선스 취득 목전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면서 국내 조선·방산 기업들이 잇따라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 시장에 뛰어들 준비에 바쁘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으로 한국을 지목해 동맹 차원의 조선·해양 군수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MRO 물량이 한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 대형 조선 3사뿐 아니라 중견 조선·방산업체 등도 MRO 시장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는 분위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미국계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섬유·석유화학 중심 포트폴리오를 신성장 산업으로 전환하려는 중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조선·방산 중심의 MRO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매물로 나온 케이조선은 현재 연합자산관리(유암코)·KHI 컨소시엄이 지분 99.58%를 보유하고 있다. 매각가는 5000억 원 수준으로 점쳐지며 본입찰은 2026년 1월로 예상된다. 예비 입찰에는 태광·TPG 컨소시엄을 비롯해 세 곳 이상이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태광은 "단순 지분투자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케이조선은 경상남도 진해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 지역은 미국 해군 7함대의 전략 경로와 직결된 위치로, 미군의 서태평양 방공망 영향권에 있어 미 해군 MRO 수요를 직접적으로 수주할 수 있는 지리적 장점을 지닌다. 마스가 협력 체계가 구체화되면서 케이조선은 향후 미 해군의 MRO 물량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중형 방산·조선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군 함정 MRO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라이선스 함정정비협약(MSRA) 취득을 목전에 두고 있다. MSRA는 미국 정부가 높은 유지·보수 품질과 기술을 갖춘 조선업체와 맺는 인증 협약이다. 통상 MSRA 체결까지는 약 1년이 걸린다.
SK오션플랜트는 5월 함정정비협약(MSRA) 체결을 위해 TF를 만들고 9월 미 해군 현장실사를 마쳤다. 현재는 야드 내에 보안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지를 살펴보는 보안 실사가 진행되고 있다. SK오션플랜트 관계자는 "서류 검토와 피드백을 주고받는 단계가 끝나면 최종 취득 절차만 남게 된다"며 "이르면 연내, 늦더라도 내년 초에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 역시 올해 초부터 MSRA 취득에 나섰고 9월 해군 실사를 완료했다. 결과는 올해 말 나올 예정이다. HJ중공업은 필리핀 수빅조선소 운영 경험과 상선·군함 개조 실적을 토대로 미 해군의 정비 거점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MRO 사업은 미 해군이 발주서를 보내면 글로벌 조선업체들이 입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미 해군 7함대 MRO 물량 수주가 중요하다. 7함대는 MRO 수요가 적체돼있고,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워 한국 조선소와의 연계 가능성이 가장 크다. 미 해군 7함대는 약 50척 함정을 운용 하는데 2028년까지 총 22척 이상이 정비 대상에 올라 있다. 미 해군 MRO 시장 규모는 연간 약 20조 원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MRO가 지금은 보급함만 열려 있지만 차츰차츰 전투함 MRO를 넘어, 신조까지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며 "미국과의 거래 실적, 레퍼런스를 만들어 놓기 위한 발판의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