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모래바람 뚫고 중동·아프리카에서 22兆 기회 잡나

韓-UAE·남아공 방산 협력에…신흥국 기회 열린다
가성비·신뢰로 KF-21 등 수출 가능성↑
“기술 이전 등 세부 조건 협상이 관건”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한-UAE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K-방산이 중동·아프리카(MEA)를 향해 수출 지평을 넓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방산 분야에서 관련국들과의 협력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UAE는 방산 분야에서 ‘완성형 가치사슬 협력 모델’을 구축하기로 했다. 단순한 무기 구매·판매 관계를 넘어 공동 개발·현지 생산·제3국 공동 수출까지 포괄하는 구조다. 이번 협력을 통해 대통령실에서는 방산 수출 기대 규모가 150억 달러(약 2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 아프리카 시장 공략도 병행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17일(현지시간) 남아공 정부와도 방산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방위사업청을 대신한 양동한 주남아공 한국대사와 솔롬지 음다바 남아공 국방획득청장이 프리토리아 국방획득청 청사에서 방산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정부의 연쇄적 협력 행보에 대해 업계는 ‘K-방산 4대 강국’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 본격화했다고 보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 신흥국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미국·유럽산 무기체계보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무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산 무기체계가 바로 그 지점에 맞아떨어져서다.

특히 UAE는 2020년 F-35 50대를 도입하려 했는데, 바이든 행정부 당시 미국이 기술유출 우려 등을 이유로 협상을 중단해 계획이 무산됐었다. 중국의 J-20 스텔스 전투기 역시 성능 미달 문제가 지적되며 UAE가 도입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한국산 무기는 이미 신뢰가 쌓여있는 상태다. UAE는 2022년 중동 국가 최초로 한국과 4조 원 규모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 도입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모래와 먼지가 많은 중동 환경을 고려한 무기체계 라인업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현대로템은 사막에 특화된 중동형 K2 전차를 만들어 올해 초 UAE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IDEX) 2025’에서도 전시하기도 했다.

업계가 이번 협력의 최대 수혜 후보로 지목하는 무기는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이다. KF-21은 내년 전력화를 앞두고 비행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해외 관심 역시 고조되는 분위기다. 앞서 알 알라위 UAE 국방부 차관은 8월 경남 사천 공군기지를 찾아 KF-21 시제기에 탑승해 성능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KF-21을 개발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이날 UAE 방산 연합체 EDGE 그룹 산하 '플랫폼즈 앤드 시스템'과 전략적 협력에 나선다고 밝히며 수혜 기대감을 더욱 높이기도 했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중동국 대다수는 무기체계의 노후화와 부족한 기술력으로 단순 구매보다 기술 이전이나 현지 생산, 금융 패키지 등을 선호한다. 이번 협력이 단순 무기 구매에 그치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에 우리 정부와 방산업체들이 중동국들의 요구를 어느 수준까지 수용할지에 따라 향후 사업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DL

한 업계 관계자는 “신흥국은 기회가 큰 만큼 협상 테이블에서 요구하는 조건도 많은 편”이라며 “기술 보호와 수출 기회 확보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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