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ㆍ임원 평가 핵심요소 부상
카카오ㆍ크래프톤 수장 연임 주목
"단순감각 아닌 AX역량 갖춰야"

연말 인사 시즌을 앞두고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공기가 달라졌다. 실적과 조직관리만으로 최고경영자(CEO)의 연임 가능성을 점치던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 기업마다 인공지능(AI) 전환 실적이 경영자 평가의 우선 기준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대표만 놓고 봐도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김영섭 KT 대표, 정신아 카카오 대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등 ICT 핵심 기업 수장 대부분이 AI 전환 성적표를 놓고 연임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통신·플랫폼·게임 등 각 분야에서 AI 전략의 실행 속도, 조직 체질 개선 등이 곧 ‘리더십 평가표’로 읽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CEO가 AI 전략을 어떻게 끌고 갔는지, 실제 서비스·매출로 이어진 성과가 있었는지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됐다”며 “결국 어느 분야든 AI 전환을 얼마나 현실화했는지가 리더십 평가의 공통 잣대로 작동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통신·플랫폼·게임 등 주요 ICT 산업 전반에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각사 모두 AI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AI 전략의 완성도와 실행 속도에서 기업 간 편차가 벌어지면서 수장들의 연임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학과 교수는 “이제는 CEO가 단순히 테크 감각을 조금 갖추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며 “최고경영자 자체가 기술·AI 전략을 깊이 이해하고 직접 끌고 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구글도 자체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유럽계 AI 기업인 딥마인드를 인수했다. 빅테크조차 필요한 인재를 구하지 못해 M&A로 보완하는 시대”라며 “한국 기업도 기존 방식의 리더십만으로는 AI 전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고 조직 전체의 기술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외는 이미 빠르게 AI 역량을 CEO 채용·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맥킨지와 딜로이트 등 글로벌 HR·컨설팅 기관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AI·데이터 역량이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리더십 평가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디지털 전환 속도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국면에서 AI 기반 의사결정 능력과 데이터 리터러시는 더 이상 기술 조직에만 요구되는 조건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알리바바는 2023년 그룹 개편 과정에서 창업 초기 타오바오의 기술 토대를 구축하고 알리페이 출시를 주도하며 알리바바의 초석을 다진 개발자 출신 우융밍을 CEO로 선임하며 회사의 핵심 전략으로 ‘사용자 우선(유저 퍼스트)’과 ‘AI 중심(AI-드라이븐)’을 제시했다. 신임 CEO가 기술·데이터 기반 사업을 이끌어온 인물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AI·기술 역량이 최고경영자 리더십 평가에서 점점 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