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W AI·바라카·전력망…韓·UAE ‘에너지 동맹’이 그리는 미래는?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부터 원전·가스·재생에너지까지 한 번에 묶는 초대형 협력
바라카 운영경험, AI 기반 고도화·제3국 확장으로 연결…CEPA 플랫폼도 뒷받침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한-UAE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100년 동행’ 공동선언을 계기로 에너지 협력의 무게중심이 ‘바라카 원전’이라는 단일 성과에서 (인공지능)AI·전력망·원전·가스가 결합한 복합 에너지 생태계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AI·방산·문화 등 다양한 합의가 발표됐지만, 에너지 분야에서는 AI 데이터센터·전력망·원전·소형모듈원자로(SMR)를 하나의 패키지로 엮는 확장 전략이 본격화됐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는 UAE 바라카 원전과 아부다비에 조성되는 5GW(기가와트)급 AI 데이터센터가 자리한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UAE는 5GW 규모의 초대형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가스·재생에너지를 함께 활용하는 에너지믹스 전력망 구상을 제시했다.

데이터센터는 전력 집약도가 매우 높은 산업으로, AI 연산능력을 상향하려면 전력망의 안정성과 확장성이 필수적이다. 한국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전력망 설계, 배터리와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반도체·AI 인프라까지 연계 진출하는 새로운 사업 구조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기 투자 규모가 30조 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기업들의 참여 폭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건설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전경 (연합뉴스)

이와 함께 바라카 원전은 이번 협력의 출발점이자 확장점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형 APR1400 원전이 실제로 건설·운영되고 있는 해외 유일 사례라는 점에서, 양국은 바라카 모델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데 뜻을 모았다. 정상 공동선언에는 바라카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제3국 공동 진출을 적극 모색한다는 방향이 명확히 담겼고, 정부·한국전력공사·UAE원자력공사(ENEC)는 별도로 AI 기반 원전 운영 고도화 MOU를 체결했다. 예측정비, 운영데이터 디지털화, 운전환경 시뮬레이션 등 AI 기술을 적용해 바라카 모델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SMR과 디지털트윈 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원전 패키지 개발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가능성을 여는 요소다.

다만 이런 사업들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이번에 선제적으로 구성된 한-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경제협력위원회가 그 역할을 맡는다. CEPA 협정 발효를 기다리지 않고 위원회를 먼저 가동함으로써 에너지·산업 협력 사업이 지연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이는 대규모 전력망 구축, AI 데이터센터, 원전 운영기술 협력, 제3국 원전 수출 등 장기 프로젝트에서 ‘속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한-UAE 양국은 AI 산업의 전력 수요 급증, 중동의 에너지 전환 전략, 한국의 원전·전력망 기술이 맞물리면서 사실상 에너지 기반의 경제안보 파트너십을 채택한 셈이다. 바라카 이후 양국 협력은 ‘발전소 건설’에서 ‘전력망·운영기술·디지털 솔루션까지 포함한 종합 모델’로 확장되고 있으며 이제는 글로벌 시장까지 공동으로 겨냥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는 에너지 관점에서 명확하다. 한국은 바라카라는 단단한 ‘보증서’를 기반으로 AI 인프라의 핵심인 전력망과 원전 운영기술을 앞세워 중동 에너지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UAE는 전력수요가 폭증하는 AI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공급이 필수이며, 한국은 그 퍼즐을 함께 채우는 파트너가 된 셈이다. 에너지 협력의 무게중심이 기술·운영·확장으로 이동한 만큼 이번 합의는 단순한 프로젝트 참여를 넘어 양국이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 생태계를 함께 설계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에너지·원전 협력이 단기 사업을 넘어서 중장기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도록 양국 워킹그룹을 연내 가동하고, 대규모 전력·원전 사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CEPA 경제협력위원회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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