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했던 홍명보호…가나 감독도 인정 "일본이 한수 위"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 국가대표 A매치 평가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1-0으로 승리를 거둔 우리나라 선수들이 관중에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북중미월드컵 본선을 준비 중인 한국 축구대표팀이 가나를 꺾고 올해 마지막 A매치를 승리로 마무리했지만 내용 면에서 적잖은 숙제를 남겼다. 상대 팀 지휘봉을 잡은 오토 아도 가나 감독은 경기 뒤 “일본은 굉장히 강한 팀”이라며 한국보다 일본을 더 높게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서 가나를 1-0으로 눌렀다. 후반 18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올린 예리한 크로스를 이태석(오스트리아 빈)이 반대편에서 쇄도하며 머리로 밀어 넣어 결승골을 만들었다. A매치 데뷔전이던 이태석의 첫 득점이었다.

이날 승리로 대표팀은 14일 대전에서 볼리비아를 2-0으로 꺾은 데 이어 11월 A매치 2연전을 전승으로 마쳤다. 지난달 파라과이전(2-0 승)을 포함하면 A매치 3연승, 최근 3경기 연속 무실점이다.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당했던 가나전 2-3 패배를 3년 만에 설욕했고 양 팀 통산 전적도 4승 4패로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내용은 시원하지 않았다. 가나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3위로 한국(22위)보다 50계단 이상 낮고 모하메드 쿠두스(토트넘), 앙투안 세메뇨(본머스), 모하메드 살리수(모나코)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진 1.5군 전력이었다. 일본 원정 평가전에서도 0-2로 완패하고 서울에 들어왔다. 그럼에도 한국은 전반 40분이 돼서야 첫 슈팅을 기록할 만큼 공격이 풀리지 않았다. 지난 볼리비아전처럼 전반 내내 슈팅이 거의 없었던 답답한 양상이 반복됐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오늘 경기를 마지막으로 올해 평가전 일정을 마쳤다. 고생한 선수들, 스태프, 팬들에게 감사드린다”며 “11월 소집에 목표로 삼았던 승리를 할 수 있어서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 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전체적인 경기에서 전반은 원활하게 되지 않았다. 미드필더 플레이가 잘 안 됐다. 후반에는 수정하고 교체로 들어간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해줬다”며 “내년 3월 평가전을 하면 월드컵 본선이 다가온다.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큰 부상 없이 좋은 경기력을 계속 유지하길 바란다. 우리도 선수들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반 내용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홍 감독은 “2경기 모두 전반에 썩 좋지 않았다. 중요한 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실점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실점하면 큰 타격이다. 우리가 실점하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한 건 좋은 점이다. 다만 문제점은 월드컵 본선에서 잘 대비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중원 운용과 관련해서는 “미드필더에서 공수 능력을 갖추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이번 소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또 다른 선수들이 들어오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거로 생각한다. 카테고리별로 월드컵을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 국가대표 A매치 평가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가 1대0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연합뉴스)

이날 대표팀은 부상으로 빠진 황인범(페예노르트), 백승호(버밍엄 시티) 대신 다양한 미드필더 조합을 시험했다. 가나전에서는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드바흐)와 권혁규(낭트)를 선발로 기용했다가 후반 시작과 함께 김진규(전북), 서민우(강원)로 교체했다. 홍 감독은 “옌스와 권혁규는 오늘 처음 호흡을 맞췄다. 김진규와 서민우도 처음이었는데 후반에 잘해줬다”며 “미드필더가 경기를 운영하는 스타일이 있다. 우리 팀에서 어떤 걸 원하고 장점을 살려주는 게 중요하다. 전반은 그게 잘 안됐고 후반에는 잘 됐다”고 설명했다.

골문을 지킨 송범근(전북)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줬다.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에 한 번 출전하고 그 이후로는 첫 출전이다. 오늘 굉장히 좋았다. 소속팀에서 보여준 모습이 그대로 나왔다.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좋은 선방과 플레이를 해줬다”고 평가했다.

최전방 공격수 오현규(헹크)에 대해선 “9월, 10월 했을 때보다 아쉬웠다. 물론 미드필더에서 운영이 좋지 않아 밸런스적인 측면도 맞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폼을 유지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중요한 건 소속팀에서 계속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 측면에 선발로 나선 손흥민(LAFC)은 소속팀 일정 때문에 후반 17분만 뛰고 교체됐다. 홍 감독은 “손흥민은 소속팀에 돌아가면 중요한 경기가 있어서 출전 시간을 조절했다. 안 그러면 부상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운영 계획에 대해서도 방향을 밝혔다. 홍 감독은 “100% 결정된 건 아니지만 월드컵이 열리는 해 동계 훈련은 예전에도 해봤지만, 얼마만큼 효과가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됐다”며 K리그·ACL 일정과 선수들의 휴식 시간을 고려해 겨울 국내파 소집훈련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소속팀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시즌을 준비하고 시즌이 시작되면 그 컨디션을 보고 선발하는 게 더 낫다”며 “유럽에 있는 선수도 관찰이 필요하고 U-23 아시안컵도 있다. K리그 팀을 배려해서 몸을 잘 만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가나를 이끈 오토 아도 감독의 평가는 더 냉정했다. 일본과 한국을 연달아 상대한 그는 한국전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일본, 한국과 경기는 시스템 자체가 달랐다”면서도 “솔직히 일본은 굉장히 강한 팀이다. 브라질은 쉽게 지는 팀이 아닌데 일본이 그 브라질을 상대로 매우 좋은 경기를 보여주며 승리했다. 일본은 지금 굉장히 높은 레벨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의 비교를 요청받자 일본이 “한 수 위”라고 말하며 그런 레벨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과 가나는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아도 감독은 한국전 내용에 대해서도 “한국이 승리한 건 마무리가 더 좋았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찬스가 많았지만, 한국이 찬스를 더 잘 살렸다. 경기는 대등했고 내용도 좋았다. 한국이 한쪽으로 수적 우위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누가 압박에 나서야 할지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실점 이후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기가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이번 승리로 한국은 2026 북중미월드컵 조 추첨에서 2번 시드(포트2)를 유지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FIFA 랭킹 24위 안에 들면 포트2에 배정되는데, 가나전 승리가 11월 랭킹 점수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중 반응은 차분했다. 6만5000석 규모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3만3256명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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