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대 사모펀드(PE)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글로벌 사모투자 시장이 구조적 조정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하면서, 투자 철학의 핵심축을 ‘책임 투자(Responsible Investment)’로 명확히 제시했다. 단기 수익을 넘어 지속할 수 있는 가치 창출과 사회적 책임 이행을 운용 원칙으로 삼겠다는 선언이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전일부터 양일간 서울 중구에서 연차총회를 열고 국내외 펀드 출자자(LP), 포트폴리오 기업 대표, 글로벌 금융기관 관계자 등 참석자들에게 올해 운용성과와 향후 전략을 공유했다. 김병주 회장을 비롯해 윤종하·김광일·부재훈 부회장 등 파트너 전원이 참석해 직접 메시지를 전달했다.
MBK는 글로벌 사모투자 시장이 밸류에이션 부담·금리 인상·거래 지연 영향으로 구조적 조정 구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5년간 글로벌 펀드레이징 규모는 연평균 9% 감소했고, 아시아 GP들의 자금 모집액은 28% 줄어들었다. 엑시트 속도는 지난 20년 내 최저 수준, 미회수 자산은 역대 최대로 집계됐다.
다만, 이 같은 환경 속에서도 지배구조 개혁과 시장 투명성 강화가 진행되는 한국과 일본은 역설적으로 글로벌 자금 유입처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MBK는 일본 중형 바이아웃 시장에서 33%, 한국 대형 바이아웃 시장에서 41%의 점유율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한국 상법 개정을 기점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고, 일본은 장기간의 구조 개혁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PE 시장으로 성장, 평균 내부수익률(IRR)이 31.2%로 미국·유럽을 웃돈다고 전했다.
MBK는 고금리·유동성 제약 환경에서 비전통 자본(Non-Traditional Capital) 수요가 증가하며 프라이빗 크레딧(사모신용) 및 스페셜 시추에이션(Special Situations) 투자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기반으로 AI·일본 시장·헬스케어·소비자 섹터·프라이빗 크레딧·하이브리드 금융을 차세대 핵심 투자영역으로 제시했다.
연차총회에서는 최근 이슈가 된 홈플러스 기업 회생 관련 대응 전략도 공개됐다.
MBK는 ‘사회적 책임위원회’ 설치, 경영진 사재 투입 및 보증, 강제 구조조정 없는 영업 유지를 언급하며 연내 회생계획안을 제출한 뒤 전략적 투자자(SI)에게 경영권을 매각해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BK는 “투자는 자본 공급 행위를 넘어 위기 시 기업과 공동체를 보호하는 역할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새로운 투자는 총 29억 달러(약 4조1000억 원) 규모로 일본 아리나민제약, FICT, 고려아연 등이 포함됐으며, LP들에게는 24억 달러(약 3조4000억 원)를 분배했다. 또한, 6호 블라인드 펀드(바이아웃)에 총 55억 달러(약 8조 원) 출자를 최종 약정받았으며, 기존 LP의 80%가 재출자했다.
MBK는 “규모와 트랙 레코드,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3대 운용 원칙으로 삼는다”며 “수익률을 넘어 신뢰 가능한 운용사로 남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