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애플 잇단 수주…빅테크 고객 이동 가속
오스틴–테일러 투트랙 완성…美거점 경쟁력 강화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대형 고객사 수주 확대, 미국 생산거점 확장, 수율 안정이라는 ‘3박자’를 맞추며 본격적인 반전 흐름을 타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적자와 기술 불안이라는 ‘긴 터널’을 벗어나 글로벌 AI 반도체 수요 확대를 계기로 정상화 속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 파운드리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기술 신뢰 회복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보고서에서 2나노 1세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성능이 기존 3나노 2세대 대비 5% 향상되고 전력 효율은 8% 개선됐다고 처음으로 정량 지표를 공개했다.
초기 수율 논란으로 흔들렸던 첨단 공정 경쟁력이 가시적인 개선 구간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도 삼성의 2나노 수율이 50~60% 수준까지 도달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내년 양산 예정인 ‘엑시노스 2600’ 생산에 적용되면서 품질 경쟁력이 다시 검증될 전망이다.
대형 고객사 확보도 회복 흐름을 이끄는 핵심 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테슬라와 23조 원 규모의 자율주행 AI 칩(AI6)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미 AI4를 생산 중이며, 대만 TSMC가 맡기로 했던 AI5의 일부 물량도 확보했다. 테슬라는 차량용 온보드 AI 성능을 높이기 위해 칩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해왔고 삼성 파운드리는 기술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 모두에서 전략적 선택지로 부상했다.
8월에는 애플의 차세대 칩을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하는 계약도 맺었다. 당시 애플은 삼성과 협력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용되는 혁신적인 새로운 칩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일본 PFN·국내 딥엑스 등 글로벌 중소형 팹리스의 신규 수주도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3나노 공정 가동률이 사실상 ‘만석’에 가까워 신규 고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TSMC 가격 인상이 예고되자 중소 팹리스는 자연스럽게 삼성 쪽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의 반전 스토리는 미국 텍사스 투트랙(오스틴–테일러)에서 완성된다. 오스틴 공장은 성숙 공정 기반의 고객 대응 거점으로, 테일러 신공장은 3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 중심의 거점으로 구축되고 있다.
테일러 신공장은 현재 팹 건설과 동시에 장비 반입을 추진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늦어도 내년 2분기까지 설비 구축이 끝나고, 3분기 본격 가동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 생산거점에 2030년까지 370억 달러(약 54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테일러 투자에는 테슬라 AI5·AI6 물량 대응을 포함해 향후 미국 고객사 주문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인프라가 포함된다.
특히 테일러 지역에는 동진쎄미켐·솔브레인 등 국내 소부장 협력사가 잇달아 공장을 신설하며 ‘미국판 반도체 클러스터’가 형성되는 구조다. 공급망 안정성, 품질 관리, 원자재 조달 등 전 공정 협업이 가능해지면서 삼성의 북미 파운드리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 파운드리의 ‘3박자 회복’이 단순한 정상화가 아니라 AI와 전장·고성능 컴퓨팅 시대를 겨냥한 구조적 재정비라는데 더 큰 의미를 둔다.
업계 관계자는 “TSMC의 과부하·가격 인상·라인 부족이 맞물리면서 고객 이동이 가속화되는 시점에 삼성의 수율 안정과 테일러 신공장이 맞물렸다”며 “내년이 삼성 파운드리의 본격 반전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