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빈 로드맵·HBM 수요 격변
AI 공급망 변수, 한국향 영향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 발표에 국내 반도체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단순한 분기 성적표가 아니라, 생산라인 전환기를 맞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투자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대형 고객사의 전략 발표이기 때문이다. 향후 수년간 이어질 인공지능(AI) 메모리 투자와 설비 계획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19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시장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AI 투자 기조가 여전히 유지되는지와 신규 수요처 공개 여부다.
엔비디아가 글로벌 AI 공급망의 수요·공급 구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증설 전략과도 직접 연결된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인 그래픽처리장치(GPU)에는 양사의 HBM이 핵심 부품으로 다수 탑재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차세대 GPU ‘루빈’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발열 등의 문제로 루빈의 출시 시점은 기존 계획보다 다소 늦춰졌으나, 내년 공개가 유력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GTC 2025’ 행사에서 ‘베라 루빈 슈퍼칩’을 공개했다. 그는 “루빈 GPU가 이미 생산 라인에 들어갔다”며 양산 착수를 직접 언급했다. 루빈에는 HBM4가 8개 탑재되며, 엔비디아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으로부터 이미 샘플을 확보한 상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향후 2~3년 뒤 이어질 차세대 AI 수요를 위해 생산 기지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3년 반도체 사업 적자 이후 중단됐던 평택 P5 공사에 다시 착수했다. P5는 가로 650m, 세로 195m 규모의 초대형 복합 팹으로 2028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차세대 HBM 생산 전용 기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건축 허가를 받고 착공에 돌입했다. 총 415만㎡(약 126만 평) 규모의 산업단지 내에 4기의 팹을 순차적으로 조성할 계획으로, 첫 번째 팹은 2027년 5월 준공이 목표다.
삼성전자의 평택 P5와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 1기 팹 모두 완공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 단기적인 공급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2027~2028년은 엔비디아의 루빈 계열 양산 시기와도 겹쳐 이들의 신규 팹 생산량이 이 시기에 맞춰 시장에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와 투자 기조 변화가 한국 반도체의 설비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셈이다.
엔비디아의 새로운 차기 사업 계획도 또 다른 변수다. 엔비디아는 각국의 소버린AI 확산세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영국 등과 국가 단위 AI 인프라·생태계 협업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과도 소버린 AI 구축, 산업계와 협업을 위해 26만 장의 GPU 공급 협력을 약속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각국의 AI 전략과 연계된 추가 파트너십이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이 밖에도 자동차용 AI, 산업현장용 AI 전환(AX), 데이터센터 외 부문 등 새로운 수요처가 언급될지도 관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