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온실가스 감축, 말이 60%⋯어떻게 줄이나” [中企 멀고 먼 GX]

인천 서구 자동차 부품 주물업체 ‘부천주물’ 르포
“탄소 감축, 설비 교체 바탕돼야…中企 대한 정부 지원 필요해”
자체 측정 목표치는 10% 전후…2035년이란 시기도 업체엔 부담
“개별 기업에 인센티브 주어져야…GX·AX 병행도 필요해”

▲中企 탄소중립 대응계획 여부 (그래픽=손미경 sssmk@etoday.co.kr)

14일 찾은 인천 서구 경인주물공단의 자동차 부품 주물업체 ‘부천주물’ 공장은 가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설비 점검을 하면서, 전력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20년 가량 부천주물을 경영해온 장용환 대표는 이날 본지에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정부가 내세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특히 중소기업들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주 정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을 2018년에 비해 53~61% 감축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확정했다. 산업계가 요구한 48% 감축안보다 높은 수준이다.

장 대표는 “할당 받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뿌리기업인 주물업체에서는 탄소의 직접 배출보다는 공정 과정의 간접 배출이 대부분이다. 이에 전력 소모가 많은 설비를 효율이 높은 설비로 교체해 전력량을 줄여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장 대표는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소·중견 기업이 간접 배출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며 “다만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설비를 바꾸는 건 어려움이 따른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가 제시한 NDC 속도를 비현실적으로 판단했다. 장 대표는 “말이 60%지 그걸 어떻게 줄일 수가 있나. 2035년까지, 10년 안에 이를 맞추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촉박하다”라며 “60%라는 수치는 배출 총량이기 때문에, 개별 기업에 대해선 10~20% 감축하라는 타깃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비현실적 목표치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표현했다.

▲14일 인천 서구의 자동차 부품 주물업체 ‘부천주물’ 공장에서 에너지 소모량과 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설비인 용해로(전기로)의 모습. 이날은 가동을 하지 않고 있다. 부천주물은 전력비 부담 등을 이유로 매주 금요일은 공장 가동을 하지 않고 설비를 정비하는 날로 정했다. (서이원 기자 @iwonseo96)

중소기업계에선 탄소중립과 NDC 등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부천주물은 NDC 대응을 위해 3년 전부터 에너지 효율 등급을 높이는 등 발빠르게 움직여 왔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을 병행, 다른 중소기업보다는 빠르게 탄소 감축에 나선 경우다.

중소기업계는 탈탄소 정책으로 전기료 상승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천주물의 경우 급격한 산업용 전기료 인상으로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장 대표는 “자동차 부품 생산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이 보통 3~5% 정도인데, (전기료가) 10% 올랐다. 흑자가 나올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장 대표도 최근 열린 중소 제조업의 전환 전략 관련 토론회에서 “산업구조 전환·탈탄소 요구로 원가 압박이 심해졌다”며 “전력 다소비 업종을 대상으로 전력비 보조 및 차등 요금체계 정책 수립이 필요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설비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똘똘한 기업 하나’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린 전환(GX·Green Transformation)과 인공지능 전환(AX·AI Transformation)의 측면에서 설비를 교체해 줘야 한다”며 “지금까지는 대기업에 투자가 많이 이뤄졌지만, 이제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타겟팅이 필요하다. 통상 조립 공정보다 부품 생산 공정이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집중 지원을 통해 에너지 절감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내세운 NDC 달성을 위해서는 개별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지금도 탄소배출량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있지 않나. 그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며 “개별 기업에 대해 목표치를 정해 배출량을 감소했을 때 지원을 해주거나 지원 사업에 대한 가점을 주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X와의 병행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장 대표는 “부천주물도 로봇 도입으로 AX를 추진할 수는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로봇 팔의 경우 작업에 필요한 행동들이 가능하더라도 판단 능력은 사람에 비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라며 “제조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업종별로 표준화된 데이터 파운데이션을 만들고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관련 내용 역시 검토 중이다. 대기업 거래처에서도 아직 관련 요청은 없지만, 공정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제품 단위별로 측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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