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용인 클러스터만 600조 투자 여지…연 2만명 고용 효과
현대차, 국내에 ‘125조’ 대규모 투자…AIㆍ로봇ㆍ수소 ‘미래 산업’ 주도권 선점
LG, 5년 100조 투자 계획…60% 소재·부품·장비에

재계가 한미 관세·안보 협상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 이후 대규모 국내 투자와 고용 확대 계획을 내놓으며 산업 생태계 전반의 체질 개선을 예고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자 국내 제조 경쟁력 강화, 첨단산업 육성,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투자가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 부회장과 한미 관세협상의 후속조치 등을 논의하는 민관 합동회의를 열었다.
삼성은 향후 5년간 연구개발(R&D)을 포함한 국내 투자에 총 450조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최근 임시 경영위원회를 열고 평택사업장 2단지 5라인의 골조 공사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생산 라인을 확대하는 것이다. 평택사업장 2단지에 새롭게 조성되는 5라인은 2028년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안정적인 생산 인프라 확보를 위해 각종 기반 시설 투자도 병행 추진된다.
이날 회의에서 이재용 회장은 이 대통령의 국내 투자와 균형 발전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에 “삼성이 짓는 AI 데이터센터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 짓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 “지금 경제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은데 9월에 약속한 대로 향후 5년간 6만 명을 국내에서 고용하겠다”고 했다.
SK는 반도체 수요 증가와 공정 첨단화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약 600조 원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매년 8000명 이상 고용해 왔던 그룹 인력 규모는 향후 팹 증설 속도에 따라 2029년까지 연 1만4000~2만명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태원 회장은 “2028년까지 기존 계획(128조 원)보다 투자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5년 동안 125조2000억 원을 국내에 투입한다. 또한 올해 1차 협력사가 부담한 대미 관세는 전액 보전한다. 현대차는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을 마더팩토리(Mother Factory)로 육성하고 전동화차 수출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정의선 회장은 “관세 부과로 어려움이 있었던 국내 자동차 산업에 숨통이 트였다”며 “미래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내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LG는 향후 5년간 100조 원 중 60조 원을 소부장 기술 확보와 공급망 확충에 사용한다. AI 도입 확산에도 적극 나서 생산 효율화를 추진하고 협력사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지원할 방침이다. 구광모 회장은 “글로벌 관세·규제 환경 변화 속에서 국내 제조 생태계 강화가 필수”라며 “첨단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한화는 미국 필리조선소에 약 50억 달러(7조 원) 투자 검토와 함께 국내 조선·방산 분야에 5년간 11조 원 투자를 진행한다. 협력사 매출은 2024년 9조 원에서 2030년 21조 원(2.3배)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승주 부회장은 “이번 협상은 위기가 아닌 기회”라며 “미국·한국 양 시장에서 조선·방산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HD현대는 국내에 5년간 15조 원을 투자해 스마트조선소·AI 기술 실증센터를 구축하고 지역 조선 클러스터 경쟁력을 강화한다. 정기선 회장은 “미국 조선업 재건은 장기 과제”라며 “한국 조선 생태계와 동반 성장을 이끄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현재 스타트업들과 5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를 1조 원까지 규모를 키우겠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이번 합의를 디커플링(공급망 분리) 가속화, AI·바이오·조선·모빌리티 첨단화의 기폭제로 보고 있다. 정부는 향후 민관 합동 후속회의를 통해 관세 회피 리스크, 국내 전략산업 세제지원, 인허가 패스트트랙, 국가 AI 팩토리 로드맵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