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달러 美 현금투자, 원전·전력망 1순위…韓 기업 ‘관급시장’ 선점 관건

5500억 달러 日 투자와 합쳐 7500억 달러 전략자금…美 “원전·LNG·AI·핵심광물 집중”
트럼프 2기 공급망 내재화 가속…한국 기업 참여권 확보가 실질 국익 좌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한국이 대미 투자 패키지 3500억 달러 중 2000억 달러를 미국 정부 재량의 현금 투자로 확정하면서, 이 자금이 미국 내 어떤 전략 사업에 투입될지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대규모 관급 프로젝트가 줄줄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투자금이 실제 한국 기업의 사업·공급 기회로 얼마나 돌아올지가 국익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16일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서 확보한 총 7500억 달러를 원전·에너지·인공지능(AI)·반도체·핵심 광물 등 국가 안보 분야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2000억 달러가 사실상 미국의 전략 인프라 확충 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투자 방향을 상당 수준 구체화했다. 일본의 5500억 달러 가운데 3320억 달러를 원전·송전망 등 전력 인프라 확충에 투입하고, AP1000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2종 건설에 각각 1000억 달러씩 배정한 계획까지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한국의 2000억 달러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AI 연산 경쟁이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반면, 발전소와 송배전망 확충은 민간 투자만으로 감당하기 어렵고 병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장기 전력 인프라 전략을 원전 중심으로 가져가고 있는 만큼, 한국 투자금 역시 원전·송전·변전망 확충에 우선 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협상 타결 발표에서 원전을 가장 먼저 언급한 점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50년까지 미국 원전 설비용량을 100GW(기가와트)에서 400GW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고, 웨스팅하우스가 주도하는 AP1000과 GE-히타치가 추진하는 SMR 프로젝트는 설계·시공, 주기기·기자재 공급 등 폭넓은 글로벌 협력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 참여 가능성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글렌파른 홈페이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도 주요 투자 후보로 거론된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한국의 2000억 달러 사용처로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과 에너지 기반 시설, 핵심 광물, 첨단 제조업, AI·양자컴퓨터 등을 직접 언급했다. 약 1300㎞ 길이의 파이프라인이 필요한 사업 특성상 한국산 철강재·강관 공급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외에도 희토류 광산 개발·제련 시설, 미국 내 신규 조선소·의약품 공장, 양자 컴퓨팅 관련 인프라 등도 유력 투자처로 꼽힌다.

다만 한국의 2000억 달러 투자는 연간 200억 달러 상한이 설정돼 있어, 트럼프 2기 임기(3년) 동안 실제 집행 가능한 금액은 최대 600억 달러 수준이다. 한미·미일 투자 MOU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합의라는 점도 변수다. 그럼에도 미국이 한일 자금을 기반으로 단기간에 대형 관급 사업을 밀어붙일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데 업계의 시선이 모인다.

결국 핵심은 한국의 2000억 달러가 투입되는 사업에서 한국 기업이 얼마나 참여권을 확보하느냐다. 알래스카 LNG의 경우 파이프라인 건설에 한국산 철강 적용을 요구할 수 있고, 원전 프로젝트에서는 한국 건설사의 설계·조달·시공(EPC) 참여와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기업의 주기기·기자재 공급이 가능한 구조다. 조선·에너지·AI·핵심 광물 분야에서도 한국 기자재·소재 기업 참여를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개별 프로젝트 선정 과정에서 한국 기업 참여권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프로젝트들이 우리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기업 요구와 수요를 적극 반영해 운용할 계획”이라며 “3500억 달러가 국익에 부합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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