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3분기 보험업권 실적이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 간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손보사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에 순익이 일제히 꺾인 반면, 생보사는 보험손익 부진 속에서도 계약서비스마진(CSM)과 투자손익이 방어막 역할을 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손해보험사의 실적 부진은 예상보다 깊었다. 삼성화재·DB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보사는 모두 전년보다 순익이 감소했다.
삼성화재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이 538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3분기 보험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4% 감소한 3700억 원을 기록했고, 특히 자동차보험 보험손익은 호우·폭염 등 자연재해와 요율 인하 누적으로 3분기 648억 원 적자를 냈다.
이에 삼성화재는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4년간 요율 인하가 손익에 큰 영향을 줬다”며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DB손보는 충격폭이 더 컸다. 3분기 순익은 2930억 원으로 전년 보다 35.4% 급감했고, 3분기 보험손익은 102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7% 감소하며 손해율 부담이 노출됐다. 같은 기간 장기보험 영업이익도 58.6% 줄었고, 자동차보험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보다 87.9% 감소한 218억 원을 기록했다.
한화손보 역시 3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21.3% 줄어든 716억 원을 기록했다. 의료 이용률 증가와 계절적 영향에 따른 자동차 및 일반보험에서의 보험사고 증가가 보험손익을 끌어내렸다.
메리츠화재도 올해 3분기 순익이 4638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했고, 보험손익도 전년 보다 35.2% 감소한 3001억 원으로 실적 둔화가 확인됐다.
업계는 공통적으로 ‘장기·차보험 손해율 악화’를 올해 3분기 손보 실적 부진의 핵심 원인으로 꼽는다. IFRS17 이전 과당경쟁과 최근 4년간 반복된 자동차보험 요율 인하 등이 누적되면서 손해율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삼성화재의 요율인상 검토 발언은 업계 전반에 확산되는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상 불가피론’을 공식화한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생명보험사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보험손익 자체는 둔화됐지만, 보장성 중심의 신계약 CSM 확대와 이자·배당 중심의 투자손익이 순익을 떠받쳤다.
한화생명의 올해 3분기 연결 당기순이익은 307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4.9% 늘었다. 신규 편입된 인도네시아 노부은행과 미국 벨로시티증권 등 해외 자회사를 통한 사업영역 확장 효과가 더해져 전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3분기 신계약 CSM은 56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확대됐고, 올해 연간 2조 원 이상의 신계약 CSM 달성이 전망된다.
삼성생명 역시 3분기 당기순이익 723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다. 9월 말 CSM은 연초 12조9000억 원 보다 8.9% 증가한 14조 원을 확보했다.
교보생명은 3분기 순익이 2616억 원으로 전년 보다 5.9% 감소했지만, 누적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8844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 증가하며 안정적인 흐름이다. 건강보험 등 보장성 상품 판매 확대로 보험손익이 견조한 수준을 유지했고, 장기채 중심의 ALM 전략이 투자손익을 끌어올렸다.
생보사의 CSM 확대 기조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CSM의 규제상 인정 폭을 둘러싼 논의도 부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CSM의 ‘기본자본 인정’ 여부가 향후 생보사 재무전략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에 한화생명은 컨퍼런스콜에서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 비율’ 도입과 관련해 “유럽처럼 CSM을 기본자본으로 인정해달라”는 업계 공동 건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