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불명" vs "실질적 작성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른바 '홍장원 메모'를 두고 "초고가 지렁이 글씨였다"며 신빙성을 공격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비상계엄 당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불러주는 정치인 체포 명단을 받아 메모로 작성했다고 진술한 내용 자체가 메모 작성 경위부터 불분명하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3일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의 속행 공판을 열고 홍 전 차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홍장원 메모'의 진정성립 여부를 둘러싸고 특검과 변호인단이 공방을 벌였다.
'홍장원 메모'는 홍 전 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정치인 체포 명단을 정리한 문건으로 사건의 핵심 물증으로 꼽힌다. 홍 전 차장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계엄 당일 여 전 사령관과 통화하며 자필로 초안인 '1차 메모'를 작성했고, 이후 보좌관이 이를 토대로 '2차 메모'를 만들었다.
계엄 다음날에는 홍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보좌관이 기억에 의존해 '3차 메모'를 작성했고, 여기에 홍 전 차장이 가필한 '4차 메모'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에는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등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차장은 이날 법정에서 "보좌관이 정서한 이후 제가 통화 내용을 기억해 추가로 가필한 것"이라며 모두 동일한 버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측은 메모 중 홍 전 차장이 직접 작성한 부분이 미미하다는 점을 들어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은 "메모 중 실제로 증인이 작성한 부분이 얼마 없고 나머지는 증인의 보좌관이 작성했다"며 "진정성립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도 직접 발언에 나서 "초고라는 것이 지렁이 글씨처럼 돼 있다"며 "그걸 보좌관을 시켜 만든 문서라고 하니 변호인들이 문제 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본인(홍 전 차장)이 나중에 신빙성 때문에 부하를 통해 작성하게 했다는 취지라면 진정성립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지만, 변호인은 "보좌관 작성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라며 "어떻게 보면 출처가 불명한 문서라서 증거 채택에 이의가 있다"고 맞섰다.
특검은 "보좌관 대필에 불과하고, 사후적으로 (증인이) 내용을 확인하고 가필까지 해서 완성된 메모"라며 증인이 작성자로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