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미 확장 제동…‘카리브 냉전’ 서막 열린다 [중남미 겨냥 트럼프의 진짜 노림수는 ②]

마두로, 시진핑에 군사 협력 요청 서한
미군 개입 마약 퇴치로 끝나지 않을 것 판단
중국, 일대일로로 남미 대규모 투자
마약전쟁, 경제패권 경쟁으로 확산 조짐

▲미 해군 구축함 그래블리(USS Gravely)가 지난달 30일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트오브스페인 항을 출항하고 있다. 군함은 앞서 베네수엘라 해안 인근에서의 합동훈련을 위해 입항했다. 포트오브스페인/AFP연합뉴스
미국이 남미에서 군사 작전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남미 세력 확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미국의 개입이 중국과의 경제패권 경쟁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13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달 중국과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했다. WP가 입수한 미국 정부 내부 문서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서한을 보내 미군이 카리브해에서 활동하는 것을 지적하면서 중국과 자국 간 군사 협력 확대를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마두로 대통령은 자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 행동이 중국을 향한 행동과 같다고 주장했다”는 것을 명시했다. 미국의 카리브해 활동을 단지 마약 범죄 소탕을 위한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과 남미 협력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연초부터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 취임하자마자 파나마운하에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운하 통제권을 미국이 가지겠다고 엄포를 놨다. 계속되는 압박에 파나마 정부는 2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했다. 최근에는 아르헨티나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과 가까운 우파 여당이 패배하면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미국이 카리브해와 중남미에서 펼치는 일련의 견제는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중국이 그간 남미 일대에 쏟아부은 돈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카리브해와 남미에서의 중국의 역할은 20세기 초부터 급속도로 확대했고 중국 국영기업들은 역내 에너지, 인프라, 우주 산업에 주요 투자자로 참여 중이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시 주석이 펼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도 남미 국가들이 함께 하고 있다. 남미 주요 항구들이 일대일로의 해상 실크로드를 연결하는데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5월 베이징에서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 정상들이 모였을 때 시 주석은 90억 달러(약 13조 원) 규모의 투자 신용 한도 마련 계획을 발표하며 협력 확대를 다짐했다.

결과적으로 베네수엘라 사태는 ‘마약전쟁’이 아닌 경제패권 경쟁이 벌어지는 전장으로 변모할 분위기다. 다만 미국이 중남미에 초점을 맞추면 오히려 아시아나 유럽에서 대중 억지력이 약해지는 등 안보 균형을 잡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잭 쿠퍼 선임 연구원은 “미국은 기존 세력권 유지와 대중 대응 최우선 전략, 미국 본토로의 (병력) 철수 등 세 가지 노선을 동시에 추진하려 하고 있다”며 “그러나 방향이 서로 다른 노선들을 하나로 융합하기란 어렵고 결국 미군의 개입 자체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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