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이 다가오면 SNS 곳곳에 등장하는 밈이 있다. 이른바 ‘수능 부적’ 이미지다. 토끼나 곰 같은 귀여운 캐릭터가 중앙에 자리하고, 그 주변을 네잎클로버와 ‘수능 대박’, ‘대학 합격’ 같은 문구가 둘러싼 형태로, 학생들은 이 이미지를 배경화면으로 설정하거나 사진첩에 저장하며 “기운 받고 간다”, “이거 저장하면 잘 볼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다. 종종 이 부적을 저장한 후 합격 인증을 남기는 게시물이 확산되면서 ‘진짜 효험 있다’는 농담이 뒤따르기도 한다. 부적의 효험을 진지하게 믿는다기보다, 수능이라는 큰 시험을 견디고 싶은 마음에 작은 미신이라도 붙잡아보려는 심리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시험 전날 X(옛 트위터)에는 특유의 응원 짤이 빠르게 쏟아졌다. “내일 수능 대박날 사람?”과 같은 짧은 문구와 함께, 화면 속 캐릭터나 인물이 곧바로 ‘시청자’를 가리키는 사진이 붙어 있다. 뜻은 단순하다. 내일 대박날 사람은 바로 너라는 뜻이다.
메시지도 다양하다. “올해 대학 합격할 사람”, “가장 성공할 사람”, “이번 주 행운 터질 사람” 등 모든 이미지 속 손가락은 화면 밖의 ‘누군가’를 정확히 가리키며 응원의 주인공을 지정한다. 큰 의미를 담은 응원은 아니지만, 이런 짤을 보면 괜히 웃음이 새어나온다. 과한 위로나 무거운 격려보다, 가볍게 건네는 한 장의 짤이 더 큰 힘이 되는 순간이다.
‘수능 금지곡’ 역시 수능 시즌의 단골 밈이다. 시험 중에 떠오르면 집중을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금지곡으로 많이 언급된 노래는 프랑스 출신 안무가 카니(Kany)가 만든 짧은 학습 리듬, 이른바 ‘매끈매끈하다, 매끈매끈한’이었다. MBC 유튜브 채널 ‘광 시리즈’의 웹예능 ‘카니를 찾아서’에서 한국어 형용사를 배우던 카니가 단어를 외우기 위해 즉석에서 멜로디를 붙이고 몸을 흔들며 반복하던 모습이 시작이었다.
“매끈매끈하다, 매끈매끈한. 평평하다, 평평한.” 학습용으로 만들어진 단순한 리듬이었지만,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그의 독특한 발음과 리듬감이 시청자들의 귀에 박혔다. 누군가 이 장면에 비트를 입혀 짧은 음원처럼 만들면서 밈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과거 ‘암욜맨’, ‘링딩동’처럼 정식 음원이 금지곡의 주인공이었지만, 올해는 이 즉석에서 탄생한 학습 리듬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듣기만 해도 머릿속을 맴돈다”, “시험장에서 떠오르면 멘탈 흔들린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장난처럼 시작된 장면이 어느새 전국적 밈이 되고, 수능날엔 피해야 할 ‘위험한(?) 리듬’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