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금융·투자 중심 신성장동력 확보 나서
"ALM 강화, 자본규제 대응, 운용 전문성 내재화 목적"

국내 1위 대체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이 나란히 뛰어들었다.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업 전반의 수익성 악화와 자본 부담이 커지자 자산운용 역량을 내재화해 ‘운용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려는 행보로 읽힌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마감된 본입찰에는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을 비롯해 글로벌 사모펀드(PEF)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 싱가포르계 캐피탈랜드 등 해외 투자자 2~3곳이 참여했다. 매각 대상은 고(故) 김대영 전 회장 유가족 등 주요 주주 지분 98%로 인수가는 8000억~1조 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간 2파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생명은 8월 진행된 예비입찰에서 1조 원 안팎의 최고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은 최근 흥국코어리츠에 본사 사옥을 매각하면서 실탄을 확보했다.
한화생명은 최근 해외와 국내를 잇는 자산운용 네트워크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7월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75%를 인수해 북미 금융시장 인프라를 확보한 데 이어 이번에는 국내 실물자산 운용 플랫폼까지 손에 넣어 종합금융사로의 도약을 노린다. 한화그룹은 한화투자증권과 한화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를 통해 운용 라인을 이미 갖추고 있어 이지스운용 인수 시 부동산·대체투자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 운용 체계 구축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흥국생명은 모회사 태광그룹의 산업 다각화 전략과 맞물려 금융부문을 그룹의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최근 사옥 매각(7200억 원)과 20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으로 인수 자금을 마련했으며 그룹 금융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운용사 확보에 나섰다. 태광그룹이 이지스운용을 품을 경우 기존 섬유·화학 중심의 제조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금융·투자 중심의 신성장축을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 전반에서도 운용사 확보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9월 유럽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헤이핀캐피털매니지먼트 지분을 인수해 글로벌 대체투자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앞서 교보생명은 2023년 파빌리온자산운용을 인수해 대체투자 시장 내 입지를 넓혔다.
보험연구원은 올해 10월 발표한 ‘보험산업 자산운용 설문조사’ 보고서에서 “최근 보험산업은 할인율 하락, 손해율 및 사업비 상승 등으로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에서 자산운용의 역할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보험회사가 투자정책 수립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로 꼽은 항목은 ALM(자산·부채 연계관리) 고도화, K-ICS 대응, 전략적 자산배분 고도화”라며 “단순 운용 효율화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사업모형 전반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보험사들의 운용사 인수는 단순한 수익 다변화를 넘어 ALM 강화와 자본규제 대응, 운용 전문성 내재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ALM 관리 목적도 있지만 보험업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비보험 포트폴리오를 넓히면 대체투자 부문에서 힘을 낼 수 있다”며 “이지스운용 인수 결과가 보험사들의 향후 투자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