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수입하는 특수섬유로 항공기용 부품을 제조해 납품하는 A기업은 최근 환율 급등으로 원가 비용이 작년 대비 20% 가량 늘었다. 통상 6개월 단위로 재고를 확보하던 것을 환율 변동성이 커지기 직전 30%가량 늘려 구매한 덕에 고환율로 인한 더 큰 손해는 피했지만 불안정한 환율 흐름에 하루도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A기업 대표는 미국이 아닌 다른 거래처를 등 또 다른 확보 통로를 고심하고 있지만 뾰족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달러 강세 겹악재가 지속되면서 중소기업들의 경영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기초 체력이 약하고 위험 관리 능력이 낮은 중소기업들은 널뛰는 원자재 가격과 1500원에 근접하는 환율을 애초 예상하지 못한 탓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미국의 관세 리스크 등으로 인한 원자재 공급난과 환율 고공행진으로 채산성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소기업들의 금융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10일 기준 알루미늄 현물 가격시세는 톤당 2867달러다. 미국 내 거래 가격은 톤당 4790달러로 영국보다 높다.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미국 정부의 50% 관세 정책과 이로 인한 수입 차질이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도 1465.7원(오후 3시 30분 기준)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기업들의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초 중소기업 36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조사에서 수입 중소기업의 지난해 평균 수입액은 56억3000만 원이었다. 이 중 원자재(59.1%)가 평균 33억3000만 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원자재 가격이 올들어 급등세를 이어온 만큼 기업들의 수입액 비중은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알루미늄을 수입해 주방용품을 제조·판매하는 B 중소기업은 최근 알루미늄 시세가 연일 치솟으면서 제품 원가가 작년 대비 10% 넘게 늘었다. 월 단위로 원자재를 구매할 때마다 인상통보가 날아드면서 B 기업 대표는 매달 상승세를 체감하고 있지만 대응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호소했다.
구리의 경우 전력망, 재생에너지 설비, 전기차 등에 필요한 광물인 만큼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사용량이 많아 이같은 가격 급등으로 인한 중소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기업들은 제품가에 이를 반영할 수 있지만 가격 경쟁력 약화와 내수 부진으로 등으로 인해 인상분을 반영하긴 쉽지 않다. 납품가 반영 역시 중장기 계약을 통해 약정된 단가가 기준이 돼 중소기업이 이를 고스란히 부담하면서 어려움은 더 커진다.

문제는 강달러다. 원자재 가격 급등 속 환율 상승은 중소기업엔 더 치명적이다. 자재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고환율 악재가 겹치면 중소기업이 이를 수입할 때 결제 금액은 수천만~수억원씩 치솟는다. 이는 채산성 악화로 이어진다. B 기업처럼 대부분의 기업들이 연초 사업계획 당시 환율이 1400원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지 못한 탓에 부담은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철판을 수입해 가공후 판매하는 C기업은 환율 변동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거래 대금의 일부는 환헷지를 했지만 나머지는 대응하지 못해 적자폭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크면서, 수출보다 내수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실제 중기중앙회의 조사에서 환율 급등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중소기업들 중 수입만 하는 기업(82.8%)은 압도적으로 높다. 수입 후 원재료를 가공해 이를 수출하는 기업들은 물건을 팔며 상쇄효과를 노릴 수 있지만 내수에 집중된 기업들은 고환율 터널이 길어질수록 역마진이 불가피하다. A, C기업 모두 최종 제품을 내수로만 판매하고 있어 원가 압박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중소기업계에선 영업 적자가 예상되는 손익분기점 환율은 1달러 기준 평균 1334.6원 수준이다. 목표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정 환율은 평균 1304.0원대다. 현재 환율은 1470원에 육박한다. 여기다 1400원대 고착화와 환율 상단이 15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중소기업들 사이에선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A 기업 대표는 "(여기서 더 상승할까) 솔직히 두렵다"고 토로했다. 내수부진과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체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자금난에 시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업들은 내년도 경영계획을 본격적으로 세워야 하지만 이 같은 불확실성 확대로 보수적인 접근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급등과 환율 상승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긴급 자금 투입과 환변동 보험 지원, 금리 인하, 운임비 등 물류지원 확대, 수출 지원 등의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