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사람만 된다” 상대적 박탈감 커진 청약통장…1년 새 44만 명 해지

한 달 새 청약통장 가입자가 2만 명이 감소했다. 고분양가와 높은 청약 가점 경쟁이 겹치며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1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9월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34만9934명으로 집계됐다. 주택청약종합저축과 청약저축 등 모든 통장을 합친 규모이며 올 들어 가장 적은 수준이다. 전월(2637만3269명) 대비 2만3335명 감소했다. 지난해 9월(2679만4240명) 대비 1년 새 44만4306명이 청약통장을 해지했다.

가입자 수가 줄면서 청약 당첨 경쟁률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7.1대 1로 조사됐다. 2020년(26.8대 1)과 비교 시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청약통장은 본래 내집마련의 발판 역할을 해왔으나 대출 규제로 인해 현금이 부족할 경우 청약통장이 무의미해진 상황이다.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시 전체와 경기도 12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규제 지역은 담보인정비율(LTV) 40%을 적용받는다. 통상 분양대금은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로 나뉜다. 분양가 10억 원 아파트에 당첨됐다면 중도금 6억 원 중 2억 원은 자기 돈으로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줄어든 대출한도와 달리 분양 현장에선 고분양가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경기권에서도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의 분양가가 15억 원을 넘어서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용 84㎡ 기준, 지난해 과천에서는 21억 원대 아파트가 나왔다. 최근 수원, 광명에서도 15억 선을 뚫은 데 이어 안양까지도 국평 기준 분양가가 15억 원을 돌파하고 있다.

(출처=챗GPT)

아파트에 입주 시에는 중도금 대출을 잔금대출로 전환한다. 이때 잔금 대출은 LTV 40%에 더해 주택 시가별 대출 한도 규제를 적용받는다. 15억 원 이하 6억 원, 15억 원 초과 25억 원 이하 4억 원, 25억 원 초과 2억 원이다. 분양 가격이 15억 원일 경우, 현금 10억 원이 필요한 셈이다.

A씨는 “청약통장 보유액이 1000만 원 정도인데 (청약) 당첨돼도 보유 현금이 부족해 주택 구입이 어려울 것 같다”면서 “청약통장 대신 다른 재테크 활용을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서 4인 가족 기준 만점(69점)의 가점으로도 청약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나오며 ‘청약 무용론’도 확산하고 있다. 상반기 공급된 서울 강동구 ‘고덕 강일 대성베르힐’ 전용 84㎡는 최저 71점 이상을 받아야 당첨 가능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조성되는 ‘오티에르 포레’ 전용 59㎡A도 당첨 커트라인이 74점으로 나타났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분양가가 높아지며 청약통장이 필요성을 낮게 판단한 사람들이 늘었다”면서 “청약 수요가 많은 청약지는 경쟁률이 심해 되는 사람만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히며 상대적 박탈감이 해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3기 신도시 분양에 따라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변동될 여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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