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1조4000억 원을 투입하는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AI) 인재 양성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AI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현장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기술 중심 정책 속에서 AI를 윤리적·비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K-AI 리터러시 미래교육포럼’에서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는 “전기와 인터넷 사용이 대중화된 것처럼 쉽고 저렴한 AI 사용이 국민 일상에 빠르게 적용될 것”이라며 “AI 리터러시는 국가 경쟁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포용까지 좌우하는 신세대의 핵심 역량”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연령과 직군에 맞는 AI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전 국민 AI 역량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접하기-다양하게 쓰기-똑똑하게 쓰기’ 3단계의 ‘AI 리터러시 교육 로드맵’을 제시했다. 찾아가는 AI 리터러시 교육으로 시작해서 일상 전반에서 AI를 활용하고 부트 캠프나 창업가 양성 과정으로 확장하는 단계적 접근 방식이다.
최근 연세대의 ‘자연어처리(NLP)와 챗GPT’ 강의 중간고사에서 전체 수강생 600명 중 190명이 챗GPT를 이용한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단순 활용 능력을 넘어 AI를 윤리적·비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역량인 ‘AI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AI 노출 연령이 낮아지면서 청소년의 과의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재연 한양대 교수(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사회분과장)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우리나라 AI 리터러시 지표는 27%나 낮다”며 “AI의 답변을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것이 아닌 AI를 활용한 의사 결정에 책임질 수 있는 성찰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AI 사용에 따른 생산성 격차를 무시할 수 없다”며 “모두가 AI를 잘 활용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선 이미 AI 리터러시 교육을 제도권에 포함시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인공지능법(AI ACT)에 따라 2월부터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기업이 관련 종사자에게 AI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EU는 AI 리터러시를 AI 시스템을 정보에 근거해 활용·배치하고 그 기회와 위험·피해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는 기술적·윤리적·사회적 이해 능력으로 정의한다.
AI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도 기술 발전 속도만큼 AI 리터러시 교육에 적극적이다. 미국은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 청소년을 위한 AI 교육 강화’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초·중등(K-12) 및 교원 대상 AI 리터러시 교육을 의무화했다. 중국은 9월부터 초·중등 교육 과정에 AI 교육을 의무화했으며 지난해 이미 전국에 AI 거점 교육 거점 학교 184개를 지정한 바 있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맞춰 정부도 내년에 1조4000억 원을 투입하는 ‘모두를 위한 AI 인재 양성 방안’을 10일 내놨다. 통상 8년 이상 걸리는 학·석·박사 과정을 통합해 5.5년 만에 마칠 수 있는 패스트트랙을 신설하고 초·중·고 ‘AI 중점학교’를 730곳에서 2028년 2000곳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최고 수준 석학이 정년 제한 없이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가석좌교수제’ 도입도 추진된다. 그러나 정책의 초점이 기술적 역량 강화에 맞춰 있어 장기적 관점의 AI 리터러시 교육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아람 광주광역시교육청 장학사는 “현장에서는 여전히 체험 중심의 단기성 AI 리터러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며 “학년별 AI 리터러시 성취 수준이 체계화돼 있지 않아 학생들의 단계적 성장을 지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가 차원의 AI 리터러시 성취·평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