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조선·방산 쏠림…조정 땐 도미노 반대매매 우려
금융당국자 "레버리지" 발언, 시장에 잘못된 신호 줄수도

한국 증시가 '전인미답' 지수를 달성하자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다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신용거래가 빠르게 불어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신용융자 한도, 반대매매 완충 등 시장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6조2165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보유 주식 등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빌린 투자 자금 가운데 아직 상환하지 않은 돈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4년 전 ‘동학개미운동’이 초저금리·유동성 장세에서 이뤄진 현상이었다면 지금은 고금리 환경에서 단기 차익을 노리는 ‘속도전형 빚투’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조선·방산 등 일부 업종에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시장이 조금만 흔들려도 연쇄적인 반대매매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2021년엔 전 세계적 통화완화로 유동성이 퍼졌지만 지금은 거시 여건이 전혀 다르다”며 “금리나 재정정책의 뒷받침 없이 투자심리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상황은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투자자들이 시장 분위기에 따라 빚을 내는 행태는 ‘갚을 힘보다 빌릴 유혹이 커진’ 전형적 양상”이라며 “심리적 쏠림이 커질수록 조정 시 충격도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빚투’를 부추기는 듯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의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빚투도 레버리지의 일종”이라고 발언했다가 논란이 일자 “진의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며 “표현에 주의하겠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정책 책임자의 이런 발언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투자심리를 자극하기보다 냉정함을 유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빚투 확산을 인식하고 있지만 구체적 규제 방안은 아직 없다”며 “시장이 과열되기 전 신용융자 한도나 반대매매 완충 장치 등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내 증시 변동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주가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이번 상승세는 코로나 때보다 훨씬 완만하다”며 “시총 대비 신용융자 비중도 2021년보다 낮아 아직 과열 단계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40조 원을 넘어서면 과열로 볼 수 있다"며 "현재 수준은 안정권이지만 레버리지가 빠르게 늘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