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 장소, 원잠 운용 자율성 산업 경쟁력 직결
“K방산 큰 도약할 수 있는 기회, 놓쳐선 안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발표할 예정이던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의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지연 배경으로는 군사용 핵추진잠수함(원잠)의 건조 위치에 관한 한-미 양측의 입장차가 꼽힌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원잠 건조 장소를 놓고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전일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소재 한화 필리조선소를 언급하면서, 한화 측이 향후 10년 내에 미국에서 매년 2~3척의 원잠을 건조한다는 내부 계획이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그러면서 필리조선소에 대규모 인력 및 자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SNS를 통해 한국의 원잠 건조를 승인했다면서 한국 원잠을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한국 측은 국내 조선소에서 직접 건조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정감사에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 잠수함 시설에 투자를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미국 업체인) 제너럴 다이내믹스에 우리의 잠수함을 지어달라고 하는 것 역시 현실적이지 않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건조 장소의 문제가 아니다. 건조 위치는 원잠 운용 자율성, 기술 이전, 산업 경쟁력, 전략적 주도권까지 직결된다. 한국 측은 자체 건조로 안보·산업 자립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30년 이상 잠수함 설계·건조 기술을 축적해왔고, 국내에서 원잠을 만드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원잠 국내 건조 시 기술·부품·운용·정비까지 일괄 체계를 갖출 수 있다. 또한 국내 조선·방산 산업 측면에서도 원잠 건조가 기술 고도화와 수출 기반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한국이 자체 건조할 경우 잠수함 1척당 예산이 약 5 조 원 이상으로 거론되는 미국형 ‘버지니아급’(미국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 수준을 고려할 때, 국내 방산산업에 미치는 파급이 적지 않다. 한국이 원잠을 보유하게 되면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에 이은 세계 7번째 보유국이 된다.
필리조선소에서 원잠을 건조하는 것도 걸림돌이 만만치 않다. 필리 조선소는 방위산업체 지정과 관련 법안 통과가 필요하고, 인프라도 구축돼야 하는데 인프라 구축만 최소 3~5년 걸린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비용도 한국에서 하는 것보다 비용이 3~4배 더 들 수 있다. 미국 기술로 만들어 수출하는 형태가 되더라도 미 의회의 동의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국내에서 짓게 된다면 캐나다 잠수함 사업의 참여와 같은 '원팀' 형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HD현대중공업은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한화오션의 단독 건조가 아니라 합동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부에서도 원잠 건조 승인과 관련해 의견이 갈린다. 국방부는 찬성하는데 국무부, 상무부 등에서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반대하는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면서 "국내 건조가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 소장은 "원잠 국내 건조는 K방산의 역량이 한단계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앞으로 미국이 호주나 캐나다에도 원잠 허가를 내주면 한국이 수주를 할 수 있는 등 큰 시장이 열리기 때문에 꼭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