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단지로 농촌 생활인구 늘린다…예산·장수·거창, 시범사업 본격화 [체류형 쉼터, 농촌소멸 막을 열쇠 下]

단순 '머무름' 넘어 함께 살아보는 단지형 체류 모델
관계인구에서 생활인구로…정착 가능성 높이는 구조

▲농촌 풍경 (게티이미지뱅크)

농촌 체류가 개인 단위 ‘살아보기’를 넘어, 함께 생활하는 단지형 모델로 확장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체류형 복합단지는 도시민이 일정 기간 머물며 농촌의 생활·환경·지역사회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된 생활형 거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충남 예산·전북 장수·경남 거창을 시범사업지로 선정하고 2027년까지 지구별 총 30억 원을 투입해 단지 조성과 프로그램 운영을 추진한다. 이는 개별 쉼터가 정착 전 체류 경험을 보장하는 1단계 모델이라면, 복합단지는 체류의 일상화를 통해 정착 가능성을 높이는 2단계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충남 예산 - 로컬푸드 생활 기반 중심…먹고 만들고 나누는 생활형 체류

▲충남 예산군 예당호 관광단지 (사진제공=예산군)

충남 예산은 로컬푸드 가공과 마을 공동부엌 운영을 중심으로 한 생활 기반형 단지로 설계됐다. 단지 내에는 소규모 가공 체험실과 공동 주방, 저장고가 함께 조성되며, 체류자는 제철 농산물 수확 → 전처리 → 조리 → 장터 판매까지 지역 먹거리 순환 과정에 참여한다.

예산군은 특히 지역 여성농업인과 체류자를 연계하는 ‘함께 만드는 마을 밥상’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자체 관계자는 “예산은 농사 체험이 아니라 먹고 살고 나누는 생활 패턴 자체를 체험하는 구조”라며 “지역민과 체류자가 자연스럽게 한 테이블에 앉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전북 장수 - 산림·생태 자원 기반 여가형 체류…힐링 중심의 느린 생활 모델

▲전북 장수군 '농촌 체류형 복합단지' 조감도 (사진제공=장수군)

전북 장수는 산림과 하천, 고원 경관 등 자연 자원 중심의 여가형 체류 모델이다. 단지 주변에는 산책로, 명상 쉼터, 생태 체험 공간 등이 조성되며, 체류자는 숲 해설, 계곡 생태 관찰, 농촌 여가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장수군은 단지 입주자와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마을 숲길 걷기’와 ‘계절 공동 노동’을 정례행사로 운영할 계획이다. 현장 운영 담당자는 “장수형 단지는 속도를 낮추고 일상의 리듬을 조정하는 체류”라며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천천히 익숙해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 경남 거창 - 공동 영농 기반 체류…함께 일하며 관계 형성

▲경남 거창군 '농촌 체류형 복합단지' 조성 계획도. (사진제공=거창군)

경남 거창은 공동 영농 중심의 체류형 복합단지로 설계됐다. 입주자는 단지 내 텃밭뿐 아니라 인근 농가와 연계된 생산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다.

거창군은 두레 작업, 모내기·수확 등 계절별 농작업 공동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며, 체류자는 일정 기간 동안 주민과 함께 ‘일의 리듬’을 공유하게 된다. 운영자는 “거창형 모델은 일 자체가 관계 형성의 경로”라며 “함께 일하고 밥을 먹는 경험이 체류자를 ‘손님’에서 ‘이웃’으로 바꾼다”고 말했다. 이는 농촌 생활의 핵심인 일·관계·생활 리듬을 동시에 경험하도록 하는 설계다.

◇ 관계가 생활로 이어지는 구조…정착은 익숙함이 쌓이는 시간

▲농촌 체류형 복합단지 조성 시범사업 구상 (자료제공=농림축산식품부)

정부는 체류형 복합단지가 정착을 강요하는 제도가 아니라, 정착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시간을 보장하는 장치라고 설명한다. 정착은 지역의 생활 리듬에 익숙해지고 주민과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단지형 체류는 이러한 생활 경험이 정착 가능성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된 단계형 모델이다.

특히 이번 시범지에서는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권역별 특화모델 개발, 민간 운영 주체(로컬 매니저) 양성, 농촌 워케이션 연계 체류 프로그램 확대 등이 순차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박성우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은 “전국적으로 생활인구가 등록인구의 약 5배에 달하고 지역 경제에 톡톡히 기여하는 등 농촌소멸 대응을 위한 정책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라며 “앞으로 세 지역에 조성될 체류형 복합단지가 각 지역에 생활인구 유입의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하며,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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