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신고 절차·실명계좌 확보 난항에 국내 시장 위축
해외 사업자, 인수·제휴 통해 국내 진입 모색하며 ‘주도권’ 경쟁 가열

국내에서 새롭게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등록하는 기업이 줄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신고 완료까지 복잡한 절차가 요구되는 탓에 신규 진입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제도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국내 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되면 해외 사업자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11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올해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예비인증을 획득한 가상자산 사업자는 총 3곳이다. 이 가운데 이미 본 인증을 취득한 포블이 원화 서비스 확장을 위해 예비인증을 다시 받은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신규 예비인증 사업자는 2곳에 불과하다.
ISMS 예비인증은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VASP 신고 필수 요건으로, 신규로 가상자산 사업을 시작하려는 기업은 예비인증과 본 인증을 차례로 취득해야 한다. 예비인증 취득 후 3개월 이내에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 신고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2023년부터 2024년 사이 ISMS 신규로 예비인증을 받은 업체는 총 21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실제 VASP 등록을 완료한 기업은 9곳으로, 나머지 12곳은 신고 유효기간이 만료됐거나 사업 철수를 결정한 상태다.
예비인증을 통과했더라도 절반 가까운 기업이 최종 등록 단계까지 이어가지 못한 이유로는 복잡한 후속 절차가 꼽힌다. VASP 등록을 위해서는 ISMS 외에도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확보,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구축, 대표자 및 임원 적격성 심사 등 다수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필수 요건 중 하나인 ISMS 예비인증 취득 업체가 줄어들면서 신규 VASP 수도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있다. 올해 새롭게 등록된 사업자는 해피블록과 블로세이프 두 곳뿐이다. 두 회사 모두 2023년 예비인증을 마치고 지난해 1월 신고를 접수했지만, 최종 수리는 올해 들어서야 완료됐다.
통상 ISMS 예비인증 준비부터 최종 사업자 등록까지는 평균 2~3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자금이 소진되거나 사업 동력을 상실해 포기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특히 가상자산 시장은 변동성이 크고 트렌드 변화가 빠른 만큼, 긴 준비 기간 시장 환경이 악화하면 사업 계획 자체를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VASP 등록에 철저한 준비는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해외 사업자의 잠식은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에서 신규로 VASP 등록을 하려고 하는 사업자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해외 사업자가 국내 VASP 업체를 인수하며 한국에 진출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꾸준히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기업은 자본력과 실행력이 모두 있는 곳들”이라며 “특히 해외 사업자는 국내 진입 허들이 높다는 걸 인식하고 있어, 기존 라이선스 보유 업체의 인수나 지분 확보를 통해 시장에 들어오는 방식을 선호한다. 실제로 일부 사업자는 매각 의사를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