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효성 약진, 중견그룹은 부진

코스피가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하며 ‘불장(불붙은 장세)’을 이어가고 있지만, 상승의 중심은 초대형주로 쏠리고 있다. 삼성·SK·현대차·LG·HD현대 등 5대 그룹의 시가총액이 국내 증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반도체·조선·방산을 중심으로 한 ‘슈퍼캡(초대형주) 장세’가 굳어지면서 대형주 독식 현상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11일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상장사 368곳의 시가총액은 올해 초 1661조7000억 원에서 이달 3일 3030조5000억 원으로 82.4%(1369조 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증시(코스피·코스닥·코넥스 포함) 시총은 2310조9000억 원에서 3963조1000억 원으로 71.5% 늘었다.
이 가운데 5대 그룹(삼성·SK·현대차·LG·HD현대) 의 합산 시총 비중은 45.9%에서 52.2%로 6.3%포인트 상승했다. 한국 증시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소수 대기업집단이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대 그룹의 시총 확대는 산업별 ‘슈퍼사이클’과 맞물린 결과다.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 회복세 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를 견인했고,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수소차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모멘텀으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조선·에너지·방산 산업의 호황이 이어지면서 HD현대, 두산, 효성 등 전통 제조 강자들도 증시 상위권에 진입했다.
삼성그룹(17개 상장사)의 시총은 503조7000억 원에서 943조4000억 원으로 87.3% 늘었고, 시장점유율은 21.8%에서 23.8%로 확대됐다. SK그룹(21개 상장사)은 200조3000억 원에서 572조3000억 원으로 185.7% 급등했고 비중은 8.7%에서 14.4%로 뛰었다. 현대차그룹은 4위에서 3위로, LG그룹은 3위에서 4위로 순위가 맞바뀌었다. HD현대그룹은 조선·에너지 시황 회복에 힘입어 상위권을 유지했다.
‘신흥 강자’의 부상도 뚜렷하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와 지주사 두산의 주가 급등에 힘입어 12위에서 7위로 올라섰다. 7개 상장사 시총이 26조1000억 원에서 90조 원으로 243% 급증했다. 효성그룹도 방산·소재 강세에 힘입어 29위에서 15위로 상승했다. 11개 상장 계열사의 시총은 7조2000억 원에서 27조2000억 원으로 275% 확대됐다.
반면 HL그룹, 크래프톤, 태영그룹 등 일부 중견 그룹은 후퇴했다. HL그룹 시총은 2조3990억 원에서 2조2420억 원으로 감소했다. 크래프톤은 15조1000억 원에서 13조2000억 원으로, 태영그룹은 1조2000억 원에서 9494억 원으로 축소됐다.
리더스인덱스는 “산업 간 경기 흐름이 엇갈리면서 그룹별 시가총액 순위가 급변해 반도체·조선·방산·원자력·전력 계열사를 보유한 그룹들이 상위권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