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대이동’… 중국 부자, 싱가포르 대신 UAE로

싱가포르, 자금세탁 단속 강화로 매력 떨어져
10년 거주 가능 골든비자 문의 쏟아져
두바이 패밀리오피스 수 1000개로 늘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전경. (두바이/AP뉴시스)
중국 부자들이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목적지였던 싱가포르 대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아부다비로 눈을 돌리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까다로워진 이민 심사와 자금세탁 단속 강화로 중국 부자들이 안정적 거주권과 세제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두바이, 아부다비 등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

프라이빗뱅커와 초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자문가들에 따르면 지난해 두바이와 아부다비에서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려는 중국 부자들의 문의가 폭증했다.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면 시민권이나 영주권 취득 절차가 수월해진다.

스탠다드차타드(SC) 싱가포르 지사의 마이크 탄 글로벌 자산계획 부문 대표는 “거주권 확보와 안정적인 생활 여건이 걸프 지역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특히 두바이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와 그 가족 구성원, 일부 고급 기술인력에 10년 거주권을 제공하는 UAE 골든비자가 매우 매력적이며 세금 측면에서도 안정적이고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입수할 수 있는 가장 최신 수치에 따르면 UAE 당국은 2022년에만 약 8만 건의 골든비자를 발급했는데 이는 전년도의 4만7000건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내 패밀리오피스 수는 2023년 말 600개, 지난해 말 800개에 이어 올해 1000개로 늘었다. 출신 지역에 대한 세부 정보는 없지만 자문가들은 증가분의 상당수를 중국 부자가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UAE 자산운용사 라이트하우스캔톤의 프라샨트 탄돈 전무이사는 “부유한 중국 고객이 걸프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중국어를 구사하는 금융 전문가가 부족할 정도”라며 “특히 자산이 5000만~2억 달러(약 726억~2900억 원) 규모인 중간 부유층의 UAE로 향하는 움직임이 가장 큰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여전히 아시아 자산가들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일례로 현지 패밀리오피스 수는 작년 2000개 이상에 달했다.

그러나 중동의 부상 속에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위험 회피적이지만 두바이는 개방적이고 규제 유연성이 높아 중국 부유층의 새로운 ‘자본 도피처’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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