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금융·온실가스株 동반 상승
정책 리스크 대신 ‘정책 프리미엄’ 부각

코스피가 하루 만에 3% 넘게 오르며 4000선을 회복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부 기능 정지) 해제 기대감과 정부의 배당소득세 완화 추진이라는 정책·대외 훈풍이 동시에 불며 급락장 이후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빠르게 되살아났다. 지난주 7조 원 넘게 쏟아졌던 외국인 매도가 진정세를 보였고, 기관의 대규모 순매수가 지수 반등의 동력이 됐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19.48포인트(pㆍ3.02%) 오른 4073.24에 마감했다. 장 초반 3991.87에서 출발한 뒤 상승 폭을 키우며 장중 4100선을 목전에 두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도 11.54p(1.32%) 오른 888.35로 마감 양 시장이 나란히 반등했다.
수급은 기관이 주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1조3085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개인은 1조1605억 원, 외국인은 1554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매도 규모는 직전 대비 크게 줄었다.
이번 반등의 중심에는 배당소득세 완화 추진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기존 35%에서 25%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대표적인 고배당주인 금융주와 지주사 중심으로 매수세가 폭발했다.
KB금융은 4.28% 오른 12만9000원으로 마감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하나금융지주(4.57%), iM금융지주(4.88%), 삼성생명(4.54%) 등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NH투자증권(10.14%), 삼성증권(6.67%) 등 증권주가 급등했고, SK(9.29%)와 HD현대(6.51%) 등 지주사주도 강세 흐름을 보였다. 이들 종목은 모두 대표적인 고배당주다. 세율 인하로 세후 수익률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자금 유입을 이끌었다.
허준서ㆍ이채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의미한 수준의 세율 인하는 지배주주의 배당 결정 의지를 높인다”며 “배당을 늘리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 자체가 시장에 긍정적인 자극”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주도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2.76% 오른 10만600원에 마감하며 ‘10만전자’를 회복했고, SK하이닉스는 4.48% 오른 60만6000원으로 ‘60만닉스’를 탈환했다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으로부터 차세대 HBM(고대역폭 메모리) 샘플을 공급받았다고 밝히면서 AI 반도체 수요 확대 기대감이 재부각됐다.
정책 테마와 구조적 성장 스토리가 맞물린 온실가스 관련주도 강세였다. 당정이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소식에 에코바이오(15.27%), 에코아이(4.17%), 그린케미칼(3.55%), 에어레인(2.65%) 등이 상승세를 탔다.
대외 환경도 호전됐다. 미국 상원이 셧다운 해제를 위한 예산안 절차 표결을 통과시키며 연방정부 정상화 기대가 높아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5.5원 내린 1451.4원에 마감했다. 장중 1457.5원까지 올랐으나 셧다운 해제 기대감과 증시 강세에 밀려 1450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반등을 ‘정책 모멘텀과 대외 훈풍이 동시에 작용한 복합 회복 장세’로 평가했다. 임정은,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셧다운 종료 기대와 배당소득세 완화 추진이 맞물리며 코스피가 다시 4000포인트 위로 올라섰다”며 “정책 불확실성이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반등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외국인 현물은 여전히 순매도였지만 규모가 크게 줄었고, 선물에서는 4거래일 연속 순매수가 이어졌고 배당·반도체·방산 등 구조적 성장 업종 중심으로 수급이 안정된다면 4000선 안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