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시대 오나…금융지주 밸류업, 강달러가 발목 [환율 고공행진]

고환율 장기화에 위험가중자산 급증 우려
CET1 흔들리면 주주환원 정책도 제동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 다가서면서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자본 적정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해외자산 비중이 높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위험가중자산(RWA) 증가 압력이 커지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주주환원 강화 기조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5대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3~13.8% 수준이다. 금융사별로 △KB금융 13.83% △신한금융 13.56% △하나금융 13.30% △우리금융 12.92% △NH농협금융 12.34% 등이다.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12%)을 웃돌지만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최소 목표치를 13%대로 설정해 관리 중이다.

문제는 최근 널뛰는 원·달러 환율이다. 7일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1461.5원을 기록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와 미·중 갈등이 고조됐던 4월 9일(1472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외화자산과 부채의 원화 평가액이 늘어나 RWA가 불어나 CET1이 낮아진다. CET1은 자기자본 가운데 보통주와 이익잉여금 등 손실 흡수력이 높은 핵심 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금융권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CET1이 약 0.02~0.03%포인트(p)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한다.

CET1은 주주환원 여력과 직결된다. 최근 금융지주들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를 검토하며 밸류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KB금융은 CET1이 13.5%를 초과하는 부분은 모두 주주환원에 사용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CET1은 향후 자산성장과 주주환원 정책의 핵심 지표이므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환율 상황이 굳어질 경우 이 같은 주주환원 계획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선제적으로 자본비율 방어를 위한 추가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이 1500원 안팎에서 머물면 자본확충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밸류업 정책 대응과 배당 확대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자본비율 방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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