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 바이오·반도체 등 특정 분야에 뭉칫돈이 몰리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다 중기라운드(시리즈B~C) 투자가 두드러지는 옥석가리기가 지속되면서 투자 혹한기가 사실상 끝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항암 의약품 개발 기업 파인트리테라퓨틱스는 지난달 4700만 달러(약 67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항체 신약 개발사 아이엠바이오로직스(422억 원·시리즈B), 면역치료제 전문기업 메디맵바이오(256억 원·시리즈B), 항체-약물접합체(ADC) 전문기업 피노바이오(130억 원·프리IPO) 등도 같은 기간 100억 원대 이상의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했다.
스타트업·중소기업의 투자 관련 통계를 집계하는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지난달 100억 원대 투자를 유치한 상위 18곳 중 3분의 1 수준인 5곳이 바이오·의료 분야 기업이다. 특히 파인트리테라퓨틱스와 아이엠바이오로직스, 메디맵바이오가 10월 투자 유치 규모에서 모두 상위권(1·2·4위)에 이름을 올렸다.
10월 전체 스타트업·중소기업 투자 건수(82건)와 투자액(4976억 원)이 전월 대비 다소 저조한 상황에서도 바이오·의료·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지속된 것이다.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선 기술력이 검증된 기업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가 집중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 1~10월로 전체 투자로 보면 더 뚜렷하다. 합계투자 건수는 889건으로 지난해 대비 34.2% 줄어든 것에 비해 투자 금액은 5조2905억 원으로 6.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리벨리온(3400억 원·시리즈C), 퓨리오사에이아이(1700억 원 시리즈C)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 대규모 자금이 몰린 영향이 컸다. 기술력을 가진 될 성 부른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이같은 투자가 기술력을 가진 중기라운드에 쏠리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중기라운드 투자 건수 비중은 지난해 14.1%에서 올해 20%, 투자금액 비중은 45.1%에서 54%로 확대됐다. 반면 초기라운드 투자 건수와 금액은 각각 82.2%→72.9%, 38.3%→26.7%로 축소됐다. 이 때문에 일부 스타트업들 사이에선 투자시장이 여전히 얼어붙어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스타트업계 한 관계자는 "경제 상황 등으로 인해 벤처캐피탈(VC)의 투자 트렌드가 점점 리스크를 줄이는 쪽으로 움직이면서 정말 될 만한 곳들에만 (자금이) 몰린다. 글로벌 투자시장 역시 비슷한 분위기"라며 "LP(출자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 펀드레이징이 쉽지 않은 상황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투자 혹한기가 쉽게 지나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벤처 4대 강국 도약 방안'을 준비 중이다. 올해 벤처 30주년, 모태펀드 20주년을 맞이해 발표하는 청사진인 만큼 기업들의 벤처 투자 활성화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