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조정장은 통과의례…“반도체, 구조적 성장 궤도 유지”

글로벌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세계 증시를 강타하면서 지난 7일 코스피가 10거래일 만에 4000선이 붕괴됐다. 뉴욕 증시에서 팰런티어와 엔비디아 등 대표 AI 종목이 급락하고,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들이 “향후 10~20%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하면서 기술주 전반에 불안 심리가 번졌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원ㆍ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서며 외국인 매도가 확대되자 국내 투자심리도 급격히 위축됐다.
이번 조정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미국발 AI 버블 논란이다. AI 소프트웨어 기업 팰런티어의 주가가 3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8% 가까이 급락하며 시장의 과열 신호를 자극했다. 팰런티어의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은 250배 수준으로, 엔비디아(33배), 마이크로소프트(30배)를 크게 웃돈다. 여기에 2008년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빅쇼트’의 실제 인물 마이클 버리가 AI 관련주 하락에 베팅한 사실이 알려지며 ‘버블 경고’는 현실 공포로 확산됐다.
이 가운데 국내 반도체 업황은 사상 최고 실적을 거뒀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3분기 매출 24조4489억 원, 영업이익 11조3834억 원, 순이익 12조5975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역시 같은 기간 매출 86조1000억 원, 영업이익 12조2000억 원으로 각각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익의 정상화냐, 피크아웃(정점 통과)이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증권가는 이번 사이클의 본질을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구조적 성장’으로 본다. HBM은 AI 연산을 위한 초고속 데이터 병렬처리에 필수인 핵심 부품으로 기존 D램보다 속도는 10배 이상 빠르고 전력 소모는 절반 수준이다. AI 수요가 단기 테마가 아니라 산업구조를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점에서 장기 성장 경로에 무게가 실린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은 “AI는 현재 버블이 아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면 과열 구간이 아니다”라며 “위기 국면에서도 산업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기업에 투자하면 일시적 손실이 있더라도 결국 회복한다. AI는 거품이 아니라 구조적 산업전환의 초입”이라고 강조했다.
증권가는 AI 버블 경고가 확산되는 와중에도 반도체주가 목표주가를 일제히 높이고 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주가도 일제히 상향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AI 스케일아웃(Scale-out) 사이클이 메모리 전반의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7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그는 “공급자 우위 구조가 장기화되며 메모리 산업이 과거 경기순환형에서 안정 성장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디램(DRAM)과 낸드플래시(NAND) 모두 AI 시장 영향을 받고 있다”며 “2026년에도 AI 중심의 메모리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며 목표주가 70만 원으로 상향했다.
삼성전자 역시 AI 생태계의 핵심 공급사로 부상하며 목표주가 상향이 이어지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와의 AI 팩토리 협력으로 HBM4, GDDR7, SOCAMM2 등 차세대 메모리 공급이 확대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15만 원으로 높여다. 그는 “2026년 매출 376조 원, 영업이익 82조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DRAM과 NAND 모두 예상보다 빠른 ASP(평균판매가격) 상승 구간에 진입했다”며 목표주가를 14만7000원으로 41% 상향했다. 그는 “HBM 증설과 eSSD(기업용 SSD) 수요 확대로 가격 결정력이 회복됐다”며 “반도체 업황은 본격적인 우상향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