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평균 절반 수준⋯190조 여신 75% 고탄소 비중 큰 대기업
금융배출량 측정 안해⋯산은 “측정·공개 의무 아니다”

한국산업은행이 민간 연구소가 진행한 기후리스크 관리 평가에서 국책은행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정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강화 기조에 따라 기후금융을 선도해야 할 정책금융기관의 역할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일 경제개혁연구소의 ‘주요 금융회사 기후리스크 관리 지침서 이행현황' 리포트에 따르면 산은의 기후리스크 이행률은 31.7%로 집계됐다. 같은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행률 100%), 한국수출입은행(73.2%)과 격차가 두드러졌다. 특히 은행권 평균(60.1%)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국내 50개 금융사(금융지주·은행·보험)를 대상으로 금융감독원이 2021년 공개한 기후리스크 관리 지침서 내 △리스크 관리체계 구축 △리스크 식별·평가 △공시 등 41개 항목으로 기후리스크 이행률을 평가했다. 지침서는 의무는 아니지만 금융권 전반의 기후 리스크 관리 수준을 평가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으로 인식된다.
이번 평가 결과는 정부가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 조정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무엇보다 산은의 고탄소 산업 지원 중심의 자산 구조가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산은은 국가전략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금융과 구조조정기업 지원 특성상 기후리스크에 취약한 포트폴리오를 보유 중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산은의 총여신 190조 원 중 약 75%(약 142조)가 대기업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다. 이중 조선·해운 등 고탄소 산업 익스포저 비중이 높다. 한화오션·한국전력공사 등 주요 기간산업의 대주주인 만큼 이들 산업의 탄소 규제 강화나 사업 구조 전환 시 보유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등 재무 건전성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 경영에 소홀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산은이 금융배출량 측정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게 대표적이라는 것이다. 금융배출량은 금융사의 대출·투자 등 자산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온실가스 프로토콜, 스코프3)으로 기후리스크 관리의 출발점이다. 산은은 지난해 발간한 ESG소개서에서 ‘기후리스크 측정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했지만 이후 구체적인 산정 결과나 공개 일정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금융배출량은 의무 공시가 아니며 추후 계획도 언급할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산은이 국책은행이라는 이유로 시장 압박에서 자유롭다 보니 기후리스크 관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은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상장사가 아닌 만큼 시장 압박을 받지 않기에 동기가 약하다”며 “기후리스크 관리는 비용이 들기에 기관장의 의지와 당국의 점검이 뒤따라야 개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