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주목하는 K-웹툰, 일본 애니에 맞선다

(출처=Gemini)

일본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를 휩쓰는 가운데, 한국 웹툰이 ‘산업 구조’를 앞세워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일본이 애니메이션을 국민 문화로 끌어올리며 콘텐츠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면, K-웹툰은 '창작자 복지'와 'IP 확장 전략'을 중심으로 산업적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로스마켓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웹툰 시장 규모는 2033년 832억 달러(약 115조9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한국 웹툰 플랫폼이 가장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모바일 앱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네이버의 라인망가(Line Manga)는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 점유율 51%를 기록했고, 카카오의 픽코마(Piccoma)는 비게임 앱 소비 지출 기준 1위에 올랐다. 한국 웹툰이 일본 만화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이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남을 수 있는 이유는 '문화적 기반'이다. 애니메이션은 일본 사회 전반에 깊숙이 스며든 주류 콘텐츠다. 일본문화청 자료에 따르면 40대 이상 중장년층까지 포함한 만화·애니메이션 소비 인구는 약 6000만 명에 달한다. 지하철 광고, 거리 디스플레이, 정부 캠페인에 이르기까지 일상 곳곳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등장한다. 심지어 총리가 국회에서 애니메이션 대사를 인용하는 장면도 낯설지 않다.

성인 대상 콘텐츠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애니메이션이 어린이용으로 한정되지 않고, 전 연령층이 즐기는 주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산업의 내구력이 강화됐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문화적 저변을 기반으로 한 ‘생활형 콘텐츠’로 진화해, 꾸준한 소비층과 글로벌 팬덤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제공=네이버)

이에 맞서는 한국 웹툰의 경쟁력은 ‘창작자 복지’와 ‘IP 밸류체인’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을 중심에 둔 산업 구조를 구축해 창작이 끊이지 않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웹툰위드(WEBTOON WITH)’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검진, 휴재권, 경조사 지원 등을 제도화했다. 10월에는 완결 작가 27명을 대상으로 충북 속리산에서 '1박 2일 정서 회복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14년 업계 최초로 건강검진을 정례화한 이후, 작가 오리엔테이션·에필로그 파티·팬미팅 등 단계별 지원책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창작재단을 통해 창작 공간 임대료의 75%를 1년간 지원하고, 인공지능(AI) 숏츠 제작 기술 ‘헬릭스 숏츠(Helix Shorts)’를 콘텐츠 제공사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웹툰을 짧은 영상 콘텐츠로 자동 변환해 홍보 기회를 넓히는 구조다.

웹툰은 단일 콘텐츠를 넘어 ‘확장형 IP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스위트홈’, 티빙 ‘스터디그룹’, 디즈니+ ‘파인’,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등 웹툰 원작의 영상화가 잇따르고 있다. 또한 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은 게임·애니메이션·드라마로까지 확장되며 ‘올라운드 IP’ 모델을 완성했다.

네이버는 일본에서 ‘입학용병’을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중이며, 북미 플랫폼에선 웹툰을 5분 내외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숏폼 기능을 시범 운영 중이다. 카카오 역시 북미 시장 중심으로 K-웹툰과 웹소설의 현지화를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다. K-웹툰이 일본 애니메이션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수익 배분 구조의 공정성 확보가 핵심이다. 플랫폼과 작가 간 불균형한 정산 체계는 장기적으로 산업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해외 불법 유통 사이트 차단도 시급하다. 웹툰 불법 복제물은 동남아시아, 북미, 유럽 등지에서 확산 중이며, 이는 저작권 침해뿐 아니라 광고 사기와 2차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정부 차원의 국제 공조와 제도적 대응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유현석 원장직무대행은 지난달 ‘2025 월드 웹툰 페스티벌(WORLD WEBTOON FESTIVAL)’ 개최 직후 배포한 자료에서 "웹툰은 더 이상 하나의 콘텐츠 장르가 아니라, 다양한 산업과 결합하는 핵심 지식재산(IP)"이라며 "창작·유통·사업화 전 단계를 아우르는 지원을 통해 K-웹툰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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