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중국, 낮은 에너지비용·느슨한 규제에 AI 경쟁서 미국 이길 것”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를린/로이터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황 CEO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FT 주최 ‘AI의 미래 서밋’에서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기술 발전에 대해 ‘냉소주의’에 사로잡혀 있다”며 “하지만 우리에게는 더 많은 낙관주의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 1위 AI 칩 생산 기업의 수장이 공개 석상에서 ‘중국 승리’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황 CEO의 발언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 내 최첨단 AI 칩 판매 금지 조치를 유지한 이후 나왔다.

황 CEO는 미국과 중국의 기업 환경을 비교했다. 그는 “미국 각 주가 AI 관련 새 규제를 채택하면 50개의 새로운 규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반면 중국은 에너지 보조금을 통해 현지 기술 기업들로 하여금 엔비디아 AI 칩의 대안을 더 저렴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하며, 전력은 무료”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번 주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거대 기술 기업이 운영하는 여러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대한 보조금을 인상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 기 그룹이 국산 반도체 사용 비용 증가에 대해 당국에 불만을 제기한 뒤 지방 정부가 전력 인센티브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중국 AI 시스템은 엔비디아에서 만든 시스템보다 에너지 효율이 낮다. 정부가 보조금으로 이런 약점을 극복하게 하는 것이다.

황 CEO는 미국의 최신 AI 모델이 중국 경쟁사보다 크게 앞서 있지 않다고 경고하면서 미국 정부에 반도체 시장을 개방할 것을 촉구해왔다. 그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엑스·옛 트위터)에서도 “중국은 AI 분야에서 미국보다 불과 ‘10억분의 1초(나노초)’ 뒤처져 있을 뿐이다”며 “미국이 승리하려면 앞서 달려 전 세계 개발자들을 사로잡음으로써 승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다양한 생성형 AI의 성능을 비교, 평가하는 플랫폼인 LMSYS 챗봇 아레나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AI 모델 성능 격차는 지난해 1월 103포인트에서 올해 2월 23포인트로 급격히 좁혀졌다.

엔비디아 AI 칩에 대한 접근성은 첨단 컴퓨팅과 인공지능(AI) 패권을 둘러싼 미·중 경쟁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황 CEO는 지난달 워싱턴D.C.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미국이 AI 경쟁에서 승리하길 원하며 세계가 미국의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되길 원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또한 개발자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에 있어야 한다. 미국이 전 세계 AI 개발자의 절반을 잃게 만드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유익하지 않으며 우리에게 더 큰 상처를 준다”고 지적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CB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엔비디아의 최첨단 ‘블랙웰’ 칩을 사용하도록 허용하고 싶지 않다고 못 박았다. 트럼프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진보한 칩은 미국 외에는 누구에게도 허용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중국이 엔비디아와 거래하도록 허용하겠지만 가장 진보된 칩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