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공동 건조 사레 보니⋯'상생안'도 급부상
연내 결론 도출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

2년 넘게 표류 중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다시 방산업계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이면서, 이달 중 결판이 날지 이목이 쏠리는 것이다. 사업이 지체된 만큼 일명 ‘상생안’으로 불리는 공동 건조안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사업 재개 기대감과는 별개로 연내 결론 도출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보고 있다.
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14일 열리는 제132회 방위사업기획관리 분과위원회에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에 대한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번에 안건이 분과위를 통과하면 이달 말 국방부 장관 주최로 열리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 의결 절차를 거쳐 최종 결론 맺어진다.
총사업비 7조8000억 원이 투입되는 KDDX 사업은 한국 해군의 미래 전력 핵심이 될 6000t(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2030년까지 실전 배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업 단계는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다만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자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개념설계를 맡았던 한화오션과 기본설계를 맡았던 HD현대중공업의 입장 차가 심화하며 사업이 표류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이 보안감점을 받은 점을 바탕으로 경쟁입찰을, 기본설계를 맡았던 HD현대중공업은 관례대로 수의계약 방식을 요구해서다.
최근에는 HD현대중공업의 보안감점 기간이 내년 12월로 연장되면서 논란이 더욱 불거지기도 했다. 장기화한 갈등에 올해 3·4·8·9월 분과위에서 수의계약 안건을 올리려 했지만, 분과위 자체가 불발되거나 결론 내리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해 최근 업계 안팎에서는 두 업체가 동시 건조에 참여하는 상생안이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보안감점 기간 연장 논란까지 겹친 상황에서 사업을 계속 지연시키는 것보단 두 업체가 물량을 나눠서 건조하는 식으로라도 사업을 재개하는 게 최선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과거 사례를 보면 공동 건조가 불가능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국내 최초로 독자 설계로 건조한 장보고-Ⅲ급 잠수함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협업으로 기본설계를 진행했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전문화·계열화 제도가 폐지되기 전까지만 해도 특정 방산업체, 단일 또는 복수업체가 제한적으로 물량을 배분해서 건조하는 식이었기 때문에 공동 건조가 불가능하지 않다”며 “민수시장의 시장 경쟁 원리로 접근할 수 없는 방산 업계의 특성을 고려해 공동 건조나 공동 설계를 통해 양사가 윈윈(win-win)하는 방향을 찾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분과위에서도 KDDX 사업이 결론 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정부의 방사청장 교체 가능성 등 변수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2년 넘게 표류한 사업을 단기간에 매듭짓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이 너무 지연되면서 해군 전력도 우려되고, 사업 자체도 누더기가 된 것 같다”며 “차라리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