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소아청소년 근시…방치하면 성인기 실명 위험 ‘경고등’

근시 방치하면 성인 녹내장, 망막박리, 백내장 위험 높아져
평소 올바른 생활습관으로 예방⋯정기검진도 매년 받아야

▲김찬윤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이 6일 서울 마포구 호텔나루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상민 기자 imfactor@)

근시가 단순한 시력 저하를 넘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주요 안과질환의 출발점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특히 소아청소년기에 시작된 근시를 방치할 경우 성인기에 녹내장, 망막박리, 백내장 등으로 진행될 수 있어 정기검진과 생활습관 개선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초등 근시율 40년 새 4배↑⋯성인도 10년새 50% 돌파

대한안과학회는 6일 서울 마포구 호텔나루서울 엠갤러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5 눈의 날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올해 주제는 ‘근시, 관리하면 오래 봅니다’로 근시의 조기 진단과 체계적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근시 유병률과 변화 추이 △소아·청소년 근시 관리의 중요성 및 예방 △근시 관련 주요 안과질환의 조기진단 및 관리 등에 대한 내용이 발표됐다.

근시는 망막 위에 맺혀야 할 초점이 그보다 앞에 형성돼 먼 거리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는 질환이다.

안과학회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약 30%가 근시를 앓고 있으며 특히 한국·대만·싱가포르·중국·일본 등 극동아시아 지역의 근시 유병률은 80~90%에 달한다. 안과학회는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근시를 겪게 되고 이중 고도근시 환자만 1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24년 기준 초등학교 입학 후 3년마다(초1・4학년, 중・고 1학년) 시행되는 학생 건간검진에서 시력 이상 판정 비율은 초등학교 1학년 30.8%, 4학년 52.6%, 중학교 1학년 64.8%, 고등학교 1학년 74.8%로 학년이 높을수록 증가했다. 시력 이상을 보이는 청소년 비율은 40여년전 9%에서 2024년에는 57% 급등했다.

성인의 근시율도 꾸준히 상승해 국민건강영양조사 기준 만 40세 이상 근시 유병률은 2008년 34.9%에서 2020년 53%로 증가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문제는 근시가 여러 안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유정권 대한안과학회 기획이사는 “근시 환자는 망막박리 위험이 일반인보다 약 8배, 고도근시는 녹내장 위험이 4.6배, 초고도근시는 백내장 발병률이 최대 5.5배 높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5~18세의 연령대는 치명적인 안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고도근시 유병률이 높다는 점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6~2017)에 따르면 5~18세 연령대의 근시 유병률은 65.4%, 고도근시는 6.9%였다. 13세에는 근시율이 76%, 16세 이후에는 고도근시가 20%에 달했다. 2013~2022년 서울지역 19세 남성의 군 신체검사에서도 근시율 70.7%, 고도근시율 20.3%로 조사됐다.

생활습관이 시력 좌우…정기검진도 필수

근시는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스마트폰·태블릿 사용 등 근거리 작업 증가와 야외활동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안과학회는 ‘하루 2시간 이상의 야외활동’이 근시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권고했다.

유 이사는 “스마트기기 사용 시간을 줄이고 책은 30~35cm, 컴퓨터 화면은 50cm 이상 떨어져 보는 것이 좋다”며 “45분 이상 근거리 작업을 지속하지 말고, 하루 2시간 이상 야외활동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2025 눈의 날 팩트시트’가 열린 행사장. (이상민 기자 imfactor@)

안과학회는 근시 악화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정기검진을 꼽았다. 6세 이후 소아청소년은 매년 안과 검진을, 40세 이상 성인은 1년에 한 번 이상 안저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했다. 안저검사는 망막·시신경 상태를 촬영해 합병증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검사다. 비문증(날파리증)이나 광시증(빛 번쩍임) 증상은 망막박리 전조일 수 있어 진료가 필요하다.

유 이사는 “근시는 단순히 교정 가능한 시력 이상이 아니라 주요 안과질환의 위험인자”라며 “특히 초등학교 이전에 근시가 발생하면 고도근시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근시는 잠재적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찬윤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은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근시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근시는 단순한 시력 문제가 아니라 실명률을 좌우하는 공중보건 문제”라며 “생활습관 관리뿐 아니라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근시 악화를 막는 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눈 건강 관련 제도 개선과 정책 제언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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