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없고 가격은 오르고…점점 어려워지는 전세살이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로 전세 시장이 빠르게 위축하고 있다. 전세 물건은 줄고 월세 전환이 늘어나는 ‘전세의 월세화’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내년에도 전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전세가격이 5억 원 후반대에 형성된 가운데, 추세가 이어지면 앞으로 6억 원 이하 매물은 찾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5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2만5012건으로 1년 전(3만899건)보다 19%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월세 물량은 1만8273건에서 2만801건으로 늘어 약 13.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는 줄고 줄어든 물량이 월세로 전환되는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되는 모습이다.

물건이 줄어들면서 전세 가격은 치솟고 있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전세가격은 평균 5억7333만 원으로 전월(5억6833만 원)보다 503만 원(0.9%)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5억4667만 원)과 비교하면 2666만 원(4.9%)이나 상승했다. 이는 2022년 11월(5억7667만 원) 이후 3년 만에 최고점이다. 중위가격은 아파트 전세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에 있는 값을 말한다. 고가나 저가 물량의 영향이 적기 때문에 평균가격보다 중간값을 잘 보여준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5월까지 보합에 가까운 수준이었는데 6월부터 본격적인 오름세로 돌아섰다. 정부의 6·27 대출 규제와 10·15 대책이 이어지며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는 모양새다. 특히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고 이에 따라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면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하는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에 따르면 6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33% 증가한 데 이어 7월 0.31%, 8월 0.26%로 소폭 둔화했지만 9월 다시 0.37% 증가하며 폭을 키웠다. 10·15 대책 전후로도 △10월 13일 0.13% △10월 20일 0.11% △10월 27일 0.13% 오르는 등 약 한 달간 0.37% 뛰었다.

이런 가운데 내년 전세 시장도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내년 부동산 경기 전망에서 전국 전세 가격이 4% 상승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올해(1.0% 상승 전망) 대비 폭이 크게 확대된 수치다. 신규 입주 물량 감소와 매수세 둔화에 따른 전세 수요 유입, 실거주 수요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전세, 월세 매물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부동산R114 또한 이날 ‘2026년 상반기 주택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57.75%가 내년 상반기 전세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밝혔다. 이는 하락 응답(9.26%)의 6.2배에 달하는 수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급 부족에 규제로 인한 관망세가 지속하면서 매매보다는 전세에 머무르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며 전세 부족은 단기적으로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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