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가치 평가'에 대한 경계심 확산
이틀 사이 시가총액 72.4조 원 증발해

수면 아래에 머물러 있던 인공지능(AI) 버블 논란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아시아 주요 AI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하루 만에 14% 이상 폭락하면서 시가총액 기준 320억 달러(약 46조 원)가 증발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미국주식예탁증(ADR) 주가는 미국 장외거래 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14% 넘게 폭락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날 하루 320억 달러를 비롯해 이틀 사이 총 500억 달러(약 72조4000억 원)에 가까운 시가총액이 증발한 셈이다.
일본증시 벤치마크인 닛케이225지수는 5일 개장과 함께 저점 매수세가 시작되며 반짝 상승했으나 이내 하락 반전했다. 이후 매도세가 거세게 몰아치며 오후 들어 3% 가까이 급락했다. 장중 한때 5만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소프트뱅크는 일본증시에서도 한때 하락 폭이 약 14%에 달했으며 오후 1시 25분 현재 10% 폭락 중이다.
CNBC는 “경쟁이 치열한 AI 산업에서 과도한 가치 평가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한 끝에 아시아 주요 증시가 하락장을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소프트뱅크는 AI 인프라를 비롯해 칩과 애플리케이션 등 광범위한 AI 관련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왔다. AI 산업에 방대한 투자를 잇달아 추진해온 만큼 소프트뱅크를 옥죈 우려도 컸다. 그동안 모바일 및 AI 프로세서를 구동하는 영국 칩 설계 업체(암 홀딩스) 지분 확보를 시작으로 AI 데이터센터 역량 강화를 위해 엠페러컴퓨팅까지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단행한 만큼 투자자들의 우려는 더 커졌다.
소프트뱅크 이외에도 일본과 한국ㆍ대만의 주요 기술 종목도 일제히 내림세를 이어갔다.
먼저 반도체 테스트 장비 제조업체 일본 아드반테스트 주가는 8% 이상 급락했고, 칩 제조사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낙폭도 5.48%에 달했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5일 6% 안팎 하락했다. 올해 반도체 제조업체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 급등은 한국 코스피 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데 이바지한 바 있다.
홍콩증시에서도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이 2~3% 낙폭을 이어갔다.
시장 전문가인 루이 나벨리에는 CNBC를 통해 “AI 조정에 대한 우려가 있으며,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주요 기업들의 비중이 크다”라며 “이 때문에 나머지 시장도 함께 휩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CNBC는 “AI 기업의 가치 평가가 1990년대 후반의 닷컴 버블과 비슷해지고 있다”라며 “주가가 신뢰할 만한 이익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어 급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