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핵심 인프라 ‘글라스 기판’ 상용화 가속
글로벌 고객사 평가 진행…“미래 패키지 시장 선도”

삼성전기가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핵심소재인 ‘글라스 기판(Glass Core Substrate, 유리기판)’ 상용화에 속도를 내며 글로벌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일본 스미토모화학그룹과 합작법인(JV)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생산 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AI 반도체용 기판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기는 5일 일본 도쿄에서 스미토모화학그룹과 패키지 기판용 글래스 코어 제조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스미토모화학 이와타 케이이치 회장, 미토 노부아키 사장, 동우화인켐 이종찬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AI·고성능컴퓨팅(HPC) 확산으로 반도체 패키지의 집적도·전력 효율 요구가 높아지면서, 기존 유기기판(PCB)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양사는 각자의 기술력과 글로벌 공급망을 결합해 글라스 코어 생산라인 확보, 원판 가공 및 후공정 기술 내재화, 시장 진출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합작법인은 삼성전기가 과반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로 설립되며, 본사는 스미토모화학 자회사 동우화인켐 평택사업장에 둔다. 삼성전기는 세종사업장에 구축한 파일럿 라인에서 이미 시제품을 생산 중이며, 2027년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글래스 기판은 AI 반도체 시대의 핵심 소재로 평가받는다. 기존 유기기판보다 열팽창률이 낮고 평탄도가 높아, 고성능 칩을 더 많이, 더 안정적으로 적층할 수 있다. 또 데이터 전송속도가 40%가량 빠르고 전력 소모는 30% 적어, GPU·CPU·ASIC(주문형반도체) 등 연산집약형 반도체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AI·데이터센터용 반도체의 고집적화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기판이 반도체 성능을 결정하는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삼성전기의 글라스 코어 기술은 실리콘 인터포저 없이 칩과 메모리를 직접 연결하는 ‘2.1D·2.5D 패키징 구조’ 구현에 적합해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기는 최근 글로벌 ASIC 기업 브로드컴에 글래스 기판 샘플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드컴은 구글·메타·오픈AI·애플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의 AI 서버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핵심 파트너로, 향후 삼성전기 제품이 이를 통해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기는 세종사업장을 중심으로 초기 월 2만 장 규모의 양산 체제를 검토 중이며, 합작법인 설립 이후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AI 반도체의 성능 향상은 이제 패키지 기판의 혁신에 달려 있다”며 “삼성전기의 글라스 코어 기술을 중심으로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력을 확대해 미래 반도체 패키지 시장의 판도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작법인 설립이 삼성전기의 기술 리더십 강화와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 확장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라스 기판은 AI 시대의 전력 효율·데이터 전송·집적도를 좌우하는 차세대 핵심 인프라”라며 “삼성전기가 합작법인을 통해 선제적으로 생산 생태계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