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오 핵심 참모진 등 강경파 승리”
저사양 블랙웰 중국 수출 승인 대기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엔비디아 첨단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의 중국 수출 문제를 논의하고 싶어했지만 행정부 참모진들의 반대에 부딪혀 안건에서 배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요청한 ‘차세대 AI 칩의 대(對)중국 판매 허용’ 문제를 시 주석과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논의하고자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통화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시장 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해 끈질기게 로비 활동을 펼쳐왔다.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저성능 블랙웰 칩 출시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블랙웰은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프로세서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을 앞두고 몇 달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저성능 블랙웰 칩 수출 승인을 검토할 것이라고 시사해왔다. 8월에는 성능을 30~50%까지 줄인 블랙웰 칩을 승인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중국용으로 개발 중인 블랙웰 칩의 사양은 아직 공개되지 않다. 허가가 떨어지면 엔비디아는 2~3개월 내에 수정 설계를 마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주요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러한 칩 판매는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AI 데이터센터 역량을 강화해 미국에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상당수 핵심 참모의 반대에 부딪히자 트럼프는 결국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엔비디아 칩 문제를 의제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WSJ은 “트럼프의 최종 결정은 루비오를 비롯한 트럼프 측근들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장 기업의 수장인 황 CEO를 누르고 승리한 것을 의미한다”면서 “블랙웰 칩의 중국 수출은 잠재적으로 수백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으며, 엔비디아가 중국 AI 기업들을 엔비디아 기술에 계속 의존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인사들의 의견을 듣지만, 궁극적으로 그를 움직이는 것은 ‘미국 국민의 이익’뿐이다”고 말했다.
황 CEO는 미ㆍ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달 28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엔비디아 행사에서 “세계 AI 연구자의 절반이 중국에 있다"고 추정하며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 상태가 고착되면 미국이 시장을 영구히 잃을 수도 있음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해법을 찾아주길 바란다”면서 “지금 우리는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황 CEO는 트럼프의 내년 4월 방중 전까지 로비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D.C. 행사에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밤늦게 자주 전화를 건다”면서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기업인 중 하나가 됐다는 점을 부각했다.
트럼프의 최근 아시아 순방은 엔비디아의 중국 사업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당초 트럼프는 성능이 다소 낮은 블랙웰 버전의 중국 수출을 검토했지만, 방문 이후 입장을 바꿨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녹화돼 2일 방영된 CBS의 시사 프로그램 ‘60분’ 인터뷰와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의 대화에서는 “ “엔비디아의 최상급 블랙웰 칩은 미국 고객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는 그 칩을 다른 나라에 주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블랙웰의 어떤 버전을 지칭한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시 주석으로서는 칩 제재 완화라는 단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셈이다. 중국은 첨단 기술 자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고급 프로세서 접근이 절실하다. 이번 불발로 중국의 기술 독립 시계는 다소 늦춰지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