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효과 없었다…정책대출 축소에 빌라시장 ‘직격탄’

10‧15 규제 후, 매매 72.7% 감소, 전월세도 41.9%↓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가에 빌라가 밀집해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여파로 위축된 빌라시장이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거래 절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대출이 제한되면서 풍선효과가 기대됐지만, 매수 심리 회복은 더딘 모습이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대책 발표 직후인 10월 16일부터 31일까지 서울 빌라 매매 건수는 45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0월 1~15일 거래량(1654건)보다 72.7% 감소한 수치다.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 아파트를 규제 대상으로 묶었다. 해당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며 집값이 15억 원을 초과할 경우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4억 원으로 제한된다.

연립·다세대 주택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도 실거주 의무가 없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가 유지돼 대출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대책 이후 빌라가 아파트의 대체 투자처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빌라 시장 위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매매 거래량은 2021년 1만7430건에서 2022년 1만986건, 2023년 5891건으로 감소했다. 전국적으로 전세사기가 확산하면서 기피 현상이 이어진 것이다. 이후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모아타운 등 재개발 기대감이 반영되며 2024년 6868건, 올해 2분기 9175건으로 소폭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시장은 다시 냉각됐다. 6·27 대책이 발표된 6월 27일부터 7월 10일까지 서울 빌라 매매거래량은 562건으로, 발표 전 2주(6월 13~26일) 1544건 대비 63.6% 감소했다. 전월세 거래량도 최근 2주간 신규 계약 기준 1612건으로, 6·27 대책 2주 전(2773건)보다 41.9% 줄었다. 정책대출 한도 축소가 빌라 시장 위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책 이후 디딤돌(구입)대출은 신혼부부의 경우 4억 원에서 3억2000만 원으로, 신생아 가구는 5억 원에서 4억 원으로 한도가 줄었다.

버팀목(전세)대출도 수도권 신혼부부는 3억 원에서 2억5000만 원으로, 신생아 가구는 전국 단위로 3억 원에서 2억4000만 원으로 각각 축소됐다. 청년·신혼부부 등 주요 수요층이 이용하는 정책대출 한도가 줄고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강화되면서 빌라 거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 시장 반등은 어렵다면서도 정비사업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 중심으로만 매수 심리가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빌라는 아파트의 대체 투자처가 돼야 하지만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인해 위축된 부분이 있다”며 “주택 시장 자체가 냉각돼 단기간 회복은 어렵지만 서울 핵심 지역 위주로 점진적인 회복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전세 입주 수요가 줄면서 낙찰받아 세를 놓으려는 투자 수요도 위축됐다”며 “정비사업 예정지들도 추가공사비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어 단기간 내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