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텅빈 국힘 좌석 보며 “좀 허전”
與의원들 총 33번 박수...“이재명” 연호도
李, 시정연설 직후 우원식·與지도부와 환담

이재명 대통령의 4일 국회 시정연설은 제1야당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반쪽’으로 진행됐다. 국민의힘은 전날(3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사건에 항의해 본회의장 밖에서 검은 마스크를 쓰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오전 10시 6분께 짙은 남색 넥타이에 정장 차림의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의원들은 기립 박수로 맞았다. 여당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연단 통로 양쪽에 서서 환호했고, 이 대통령은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연단 앞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자녀 결혼식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던 최민희 의원과도 짧게 인사를 나눴다.
연단에 오른 이 대통령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인사한 뒤 텅 빈 야당석을 바라보며 “좀 허전하군요”라고 말하고 연설을 시작했다. 약 22분간 이어진 연설 동안 민주당 의원들은 총 33차례 박수로 호응했다.
이 대통령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과를 언급하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영혼까지 갈아 넣으며 총력을 다했다”고 말하자 본회의장에는 큰 환호가 터졌다.

그는 연설 도중 “우리의 염원인 자주국방을 확실하게 실현하겠다”, “전 세계 5위의 군사력으로 평가받는 대한민국이 국방을 외부에 의존한다는 것은 국민적 자존심의 문제 아니겠나”라고 힘주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한미 간 국방 협력의 진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연설 말미에 “저는 우리 국민 여러분의 저력을 믿는다. 그래서 자신 있다”고 밝히자 다시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다. “2026년 예산안이 치밀한 심사를 거쳐서 신속히 확정되길 기대한다”는 마지막 발언이 끝나자 의원들은 기립해 박수로 화답했다.

퇴장하며 이 대통령은 우 의장과 악수한 뒤 조국혁신당·사회민주당 등 소수 정당 의원들 쪽으로 이동해 손솔(진보당)·최혁진(무소속) 의원 등과도 악수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에게는 어깨를 두드리거나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본회의장을 거의 횡단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을 연호했고, 우 의장은 산회를 선포했다.
시정연설 직후 이 대통령은 국회의장실로 이동해 정청래 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약 55분간 환담했다. 정 대표는 분위기에 대해 “APEC 이야기도 하고, 웃고 좋은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는 명백한 야당 탄압”이라며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전면 보이콧했다. 대신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계단에서 검은색 마스크와 넥타이, ‘자유민주주의’ 근조 리본을 달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지도부는 ‘근조 자유민주주의’ 손팻말을, 다른 의원들은 ‘야당탄압 불법특검’, ‘명비어천가 야당파괴’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 대통령이 로텐더홀 입구에 들어서자 일부 의원들은 “범죄자 왔다”, “꺼져라”, “재판받으세요”라고 외쳤고, 대통령이 미소를 짓자 “웃지 마”라는 고성도 나왔다. 이 대통령이 의원들 앞까지 다가서자 “악수하지 말고 그냥 가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렸고, 그는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자리를 떴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재명식 정치 탄압 폭주 정권 규탄한다”, “민주당식 정치보복 국민들은 분노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이어갔다. 장동혁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이제 전쟁이다. 우리가 나서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모든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이번 시정연설이 대통령의 마지막 시정연설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